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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타슈켄트]김영권 충분히 혼났다, 팬 화풀고 우즈벡에 집중하자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9-02 05:39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했다. 김영권이 전날 인터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각) 우즈벡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9.01/

김영권(27)은 신태용호의 현 주장(캡틴)이다. 그의 표정이 어둡다. 눈에서 총기가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도 기어들어간다.

한국 축구 A대표팀은 2일 새벽(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도착했다. 태극전사들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놓고 오는 5일 밤 12시 우즈벡과 원정 단두대 매치를 치른다. 승리해야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의 대업을 달성하게 된다.

이 중차대한 일전을 앞두고 태극호의 그라운드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김영권이 심적으로 우울하다. 그가 이란전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오해 소지가 있는 말 실수를 한 건 분명하다. 그는 6만 관중의 응원 소리가 너무 커 그라운드 위 선수들 간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A대표팀의 승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6만3000여명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다수의 팬들이 김영권의 발언에 실망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도 분명하다. 김영권은 1일 출국전 인천공항 인터뷰에서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그런 의도였다면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없을 것이다. 나의 말로 실망한 팬들에게 죄송하다. 내가 잘못했다"며 사과했다.

김영권은 현재 신태용호의 얼굴이자 중심이다. 그런 캡틴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영권은 자신의 실수가 대표팀에까지 영향을 주는걸 걱정하고 있다. 그는 "나로 인해 우즈벡전까지 영향을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까지 나서 김영권의 말 실수가 후배 수비수 김민재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 방어벽을 쳐주었다.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우즈벡전에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축구팬들에게 부탁했다.

축구팬들의 분노 게이지가 이란전을 통해 올라간 것도 맞다. 그런 상황에서 김영권의 말실수가 기름을 부은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제 김영권을 용서하고, 에너지를 우즈벡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주어야 할 때다.

일부 축구팬들은 지금 같은 A대표팀의 경기력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가봐야 뻔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나태한 선수들과 축구협회가 대오 각성하는 차원에서 월드컵 본선 탈락을 한번 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에 못나가면 그만큼 우리 축구팬들이 볼거리가 줄어든다. 다른 나라들의 축구 잔치를 맥빠지게 관전하는 것만 남는다. 물론 크게 반성하고 4년 뒤를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가면서 점진적인 축구 발전을 이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우즈벡전 승리가 절실하다.

김영권은 충분히 혼이 났다. 주장이 지금 처럼 풀죽어 있어서는 안 된다. 우즈벡전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축구팬들이 화를 풀고 다시 기회를 주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타슈켄트=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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