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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타슈켄트]단두대 매치 우즈벡전, A매치 232경기 동국-기훈-근호 카드 쓸만하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9-03 10:19


신태용호의 베테랑 삼총사 이근호 이동국 염기훈 스포츠조선DB

이동국(38·전북 현대)은 신태용호 '맏형'이다. '넘버2'는 염기훈(34·수원 삼성)이고, 이근호(32·강원FC)는 나이상 세번째다.

이 베테랑 3명이 그냥 나이를 많이 먹은 게 아니다. 풍부한 A매치 경험을 함께 쌓았다. 센추리 클럽에 들어간 이동국은 A매치 104경기(33골), 염기훈은 51경기(4골), 이근호는 77경기(19골)를 뛰었다. 이들의 A매치를 모두 더하면 232경기(56골). 셋다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을 넘어 가슴벅찬 본선 무대까지 밟아본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한국 축구의 산증인들이다.

한국 축구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채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고비를 맞았다. 5일 밤 12시(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10차전이다. 우즈벡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걱정스런 원정 매치다. 신태용호가 우즈벡을 꺾으면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따낸다.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도 이뤄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A대표팀의 현재 분위기는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볼 수 없다. 이란전(8월 31일) 무승부와 주장 김영권의 말 실수 논란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단두대 매치'를 해야 할 우즈벡 타슈켄트로 이동했다. 신태용 감독은 예전 처럼 활기차지 않다. 그라운드에서 중심을 잡아야할 김영권은 팬들의 비난으로 심적 상처가 큰 탓에 아직도 어깨가 처져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선수들 뿐이다. 그라운드에서 이기면 그동안의 안 좋았던 과정을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다. 고참 선수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동국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그는 이란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투입, 6분 정도를 뛰었다. 뭔가를 보여줄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출전시간에 개의치 않아 했다. 팀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그는 "우리 선수들에게 빨리 이란전을 잊어버리자고 했다. 가장 중요한 우즈벡전이 있다. 이기면 된다. 첫 번째 찬스를 우리가 가져오면 경기를 리드하면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정 분위기에 말리지 않기 위해 선제골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다. 이동국은 역대 우즈벡과의 A매치에서 가장 많은 4골을 기록 중이다.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는 염기훈은 이란전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신태용 감독은 그 경기에서 김신욱 김주영 이동국을 차례로 교체 투입했다. 염기훈에게까지 기회가 가지 않았다.

염기훈은 왼발 킥의 정확도가 매우 높은 선수다. 따라서 세트피스 상황이나 중거리슛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다. 대신 기동력이나 움직임 면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는 2일 인터뷰에서 "우즈벡전은 우리 선수들이 더 간절한 마음으로 뛰어야 한다. 일본이 먼저 월드컵 본선에 올라간 걸 알고 있다. 크게 부럽지 않다. 우리도 올라갈 것이다. 동국이형 말대로 이란전은 잊었다. 우즈벡 다음 경기는 없다"고 말했다.

'넘버3' 이근호는 한국의 역대 월드컵 최종예선서 최용수(7골)에 이어 가장 많은 6골을 기록 중이다. 달리 말해 이근호가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많은 공을 세웠다. 또 이근호는 역대 우즈벡전에서 2골을 기록했다.

그런 이근호도 이란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근호 대신 원톱으로 황희찬, 좌우 측면 공격수로 손흥민과 이재성이 선발 투입됐다. 후반 교체 기회도 없었다.

이근호는 타슈켄트 현지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 평소 선수들끼리 대화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서 그라운드에선 눈빛만 보고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상황을 다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꼭 경기에 나가야 한다는 욕심은 없다. 우리 팀은 조기소집 효과를 보고 있다. 수비력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우리가 넘어야 할 우즈벡은 이란에 비하면 좀 온순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선수 선택은 신태용 감독의 몫이다. 이동국 염기훈 이근호는 이번 우즈벡전에서 통할 수 있는 카드들이다. 많지 않은 득점 찬스에서 물꼬를 터줄 킬러는 베테랑일지도 모른다.


타슈켄트(우즈벡)=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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