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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시리아가 신경쓰인다 왜?…경기 외적 변수 때문에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9-03 18:17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8월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경기를 펼쳤다. 대한민국이 이란과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는 선수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8.31

한국축구가 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권 획득을 위해 또 경우의 수를 따지게 생겼다.

한국이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전(5일 밤 12시·한국시각)에서 승리하면 깔끔하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무승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는 우즈벡과 비기기만 해도 가능할 것이라 여겼지만 지난 9차전에서 우즈벡이 중국에 패하고 시리아가 3위로 급부상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현재 한국은 승점 14(골득실 +1)로 A조 2위, 시리아가 승점 12로 우즈벡과 동률이지만 골득실(시리아 +1, 우즈벡 -1)에 앞서 3위다.

하필 시리아의 최종전 상대가 이란이라는 점이 커다란 변수가 됐다. 한국이 우즈벡과 비기고, 시리아가 승리할 경우 골득실에서 한국은 밀린다.

객관적인 전력상 이란이 시리아에 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스포츠 본연의 정신을 살려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을 경우에 한해서다.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인 셈이다.

스포츠 외적인 변수가 신경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란이 일부러 져주기 경기를 하지는 않더라도 악착같이 뛰지 않은 것까지 문제삼기는 애매하다. 이란과 한국의 악연, 이란-시리아의 정치·외교적 관계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란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때(2009년) 한국 때문에 월드컵에 나가지 못한 악연이 있다. 당시 한국은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뒤 이란과의 최종전을 맞았다. 이란은 승점 3점이 절실했지만 박지성에게 극적인 동점골을 허용하며 1대1로 비겨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31일 한국과의 9차전을 앞두고 일간지 테헤란타임스 등 이란 언론매체들이 '8년전의 아픔을 복수하자'며 월드컵에서의 '반한감정'을 자극할 정도로 상처자국은 여전히 선명하다. 거꾸로 지금은 한국의 본선 진출을 방해할 수 있다면 '고소하다'고 여길만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란과 시리아의 외교관계는 돈독하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동맹(일명 초승달 벨트)'에 시리아-이라크-레바논이 연결돼 있다. 시리아는 수니파가 국민 대다수(약 74%)지만 지배권력은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트가 쥐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층 대부분이 알라위트에 속한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수니파 벨트'와 중동 패권을 다투고 있는 이란으로서는 수니파 국가지만 시아파가 집권한 시리아가 수니파의 위협을 견제하는 '보호막'으로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시리아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와의 국교를 단절하고 이란을 지원했고, 2003년 이후 미국의 이란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고 시리아에 대한 제재조치가 본격화되면서 시리아-이란의 연대는 강화됐다. 최근에는 이란의 앙숙인 이스라엘이 "이란이 시리아 북서부에서 장거리 로켓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란과 시리아의 군사적 동맹 강화를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으로서는 시아파 동맹 단결을 앞세워 시리아와 함께 월드컵에 진출하는 게 최상의 그림일 수 있다. '미운 털'이 박힌 한국을 밀어내면서 그 꿈을 이룬다면 금상첨화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한국전을 치른 뒤 "시리아와 최종전을 치르지만 지금까지의 경기와 다른 것은 없다. 이란은 언제나 최상의 경기력으로 승부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의 다짐이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

이것 저것 따지기 싫으면 한국이 무조건 승리하면 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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