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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판은 월드컵을 주기로 돌아간다. 크게 4년이 한 바퀴다. 선수의 흥망성쇠는 물론이고, 유행하는 전술과 전략도 4년을 기점으로 한다.
이번 신태용 감독이 뽑은 26명의 태극전사 중 4년 후엔 사라질 선수들도 있다. 최고참 이동국(38)은 그때 나이 42세다. 선수 은퇴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도 이동국이 태극마크를 달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건 한국 축구의 '재앙'이다. 염기훈(34)은 몸관리를 잘 한다면 태극마크를 마지막으로 달 수도 있다. 이근호(32)라면 4년 후에도 건재할 것이다. 태극호의 최고참으로 지금의 이동국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이근호가 기자에게 한 말이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졌다. "제 또래 선수들이 대표팀에 너무 없어요. 지금까지 버텨주어야 하는데…." 이근호는 1985년생으로 올해 만 32세다. 축구의 참맛을 알고 볼을 한창 차야 할 나이다. 또 팀에서 중심 역할을 할 때다. 그런데 이근호의 '친구들'은 지금 대표팀 명단에서 사라졌다. 3년전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볐던 1985년생들 박주영 하대성 김창수 정성룡은 없다. 특히 박주영의 부재가 A대표팀에 이래저래 큰 영향을 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주영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과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다. 그런 박주영은 이후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박주영이 쇠락하면서 A대표팀의 무게 중심이 1989년생 기성용(28) 구자철(28)에게 넘어갔다. 신태용호 1기 주장은 김영권(27)이다.
시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도 '뉴 페이스'는 등장하게 돼 있다. 축구역사가 그랬다. 이미 가능성을 보여준 유망주들이 있다. 백승호(지로나)와 이승우(베로나)가 가장 앞서 있다. 4년 후 아니 조만간 이들은 A대표팀에 승선, 선배들과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칠 것이다.
A대표팀의 향후 사령탑에 대해선 예측 그 자체가 무리이자 '난센스'다. 기자는 2000년 허정무 감독부터 수많은 A대표팀 사령탑이 새로 부임하고 물러나는 과정을 근거리에서 지켜봤다. 갑작스런 감독 교체가 좋은 팀 성적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 감독의 이름값 또는 지략이 경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지도 분명하게 와닿지 않았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상대를 제압하거나 당하는 건 선수다. 나가 싸울 준비는 감독이 하지만 지고 이기는 건 선수하기에 달렸다고 본다.
앞으로 4년, 한국 축구의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단 지금부터 먼 미래를 위해 치밀한 플랜을 짜고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현명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처럼 축구팬들을 화나게 만드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
타슈켄트(우즈벡)=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