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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Deja-vu). 최초의 경험인데도 이미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현상의 프랑스어다. 우리말로는 '기시감'이라고 한다.
'동상이몽'이었다. 절실하긴 서울과 인천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추구하는 목표가 달랐다. 서울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고 인천은 강등을 피하기 위해 간절해야 했다. 이날 '경인더비'를 앞두고 만난 황선홍 서울 감독은 "인천과는 항상 살얼음판 승부였다. 인천은 생존의 절실함이 있다. 반면 우리는 ACL 참가에 대한 것이 동기부여다. 2위권과의 승점차를 좁히려는 절실함이 있다"고 밝혔다. 이기형 인천 감독은 "한 경기, 한 경기 결과가 중요하다. 잔류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이 쓰이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인천은 지난 시즌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했다. 인천은 지난해 9월 10일 서울을 안방에서 1대0으로 꺾은 뒤 10경기에서 6승3무1패를 기록, 극적인 잔류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내가 얘기를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먼저 알고 있더라. 이번에도 지난해처럼 치고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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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이 열렸다. 경기는 이 감독이 설정한 시나리오대로 흘렀다. '포어 체킹(전진 압박)'으로 서울의 빌드업을 저지했고 웨슬리, 김진야 문선민 등 저돌적인 선수들이 공격에서 제 몫을 해줬다. 반면 서울은 하대성과 오스마르가 중원에서 공격을 조율하면서 인천의 측면을 계속해서 괴롭혔다.
87분간의 '0'의 행진을 깬 건 인천이었다. 이 감독의 용병술이 먹혀 들었다. '시우 타임'이 가동됐다. 후반 32분 김진야와 교체투입된 송시우는 10분 만에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상대 수비진 뒷 공간으로 투입된 패스를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런데 비디오판독이 실시됐다. 오프사이드 여부가 관건이었다. 결국 골로 인정받자 두 손을 모은 이 감독은 포효했다.
사실 인천 선수들은 서울에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기도 했다. 앞선 두 차례 맞대결에서 0대3, 1대5로 대패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뒤 이 감독은 "그 동안 서울에 큰 스코어로 패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1년 전과 비슷한 시점에서 같은 팀을 상대로 승리한 것에 대해선 "서울이란 팀은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이 돼 있다. 우리가 이겼다는 것에 대해선 큰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나머지 경기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을 맞아 뒤로 물러서지 않고 공격적으로 맞선 이 감독은 "공격적으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는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매 경기 상대 팀에 따라 자그마한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인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