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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맡을 용의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히딩크의 말 자체에 집중해 보자. 중요한 것은 바로 '당사자' 히딩크 감독의 진짜 의중이다. 그래야 이 의미없는 논란의 출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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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석이 중요한 이유는 히딩크 '측'이 주장하는 '대표팀 감독직' 이야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히딩크 논란의 시작은 히딩크 '측'이 언론을 통해 '대표팀 감독직'에 히딩크 감독이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부터다. 지난 이란-우즈벡전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직후였다. 이는 신태용 감독을 향한 불신의 촉매제로 발전했다. 협회가 히딩크 측 대리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불만을 가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실제 히딩크 감독이 이 말을 한지도 의심된다. 히딩크 측의 발언은 신 감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만약 대리인이 히딩크 감독의 말 그대로 '감독'이 아닌 '조언자'로의 역할을 강조했더라면 애당초 큰 논란의 여지는 없었다. 이미 협회는 "기술위원회 및 신태용 감독과 협의해 히딩크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히딩크 감독의 풍부한 경험은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실적은 썩 좋지 않지만 히딩크 감독은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명장 중 하나다. 히딩크 감독은 지도자 인생의 종착역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감독 인생에 전환점이 된 한국에서 그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언자'로도 충분하다. 그가 스스로 언급한대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히딩크 감독의 진의와 충심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서 감정 싸움, 진실 공방으로 변질돼 축구판을 뒤흔들고 있다.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진 이번 껍데기 논란이 더 안타까운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