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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광풍]②진퇴양난 KFA 왜 이 지경, 돌파구 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9-17 17:34


정몽규 회장과 김호곤 부회장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정몽규 회장)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은 '히딩크 광풍'을 맞았다. 2002년 월드컵 4강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71)이 한국 축구를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다수의 네티즌들이 현 신태용 감독 대신 히딩크를 감독으로 모셔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축구협회는 처음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댓글 바람을 탄 '히딩크 모시기' 민심은 들불 처럼 번졌다. 축구협회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결국 거스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현지에서 "한국 축구를 어떤 형태로든 돕고 싶다. 지난 6월 재단 관계자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뜻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히딩크 인터뷰 이후 김호곤 협회 부회장(기술위원장 겸임)이 진실공방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히딩크 재단 관계자가 6월 김호곤 감독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두고, 축구협회에선 '히딩크 감독의 공식적인 입장 전달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히딩크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쪽에선 '협회가 히딩크 쪽 제안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축구는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서 0대0으로 비기면서 천신만고 끝에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정말 어렵게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을 달성했다. 앞으로 남은 9개월 동안 한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 준비에 만전을 기해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러나 지난 열흘 동안 축구협회는 '히딩크 광풍'에 막혀 단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협회 수뇌부는 히딩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축구협회는 A대표팀의 경기력에 따라 웃고우는 조직이다. 협회를 향한 축구팬들의 여론은 지난 1년 아시아최종예선 과정에서 급격하게 나빠졌다. 슈틸리케 감독 아래서 A대표팀은 아슬아슬한 곡예 줄타기를 탔다. 시리아와의 중립경기에서 비겼고, 이란, 중국, 카타르 원정에서 연달아 졌다. 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라"는 여론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지난 6월에야 결단을 내렸다. 월드컵 본선 직행이 위험 수위에 처한 상황에서 사령탑을 신태용 감독에게 맡겼다. 신태용 감독은 이란전(0대0) 우즈벡전(0대0)을 연달아 비긴 끝에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축구팬들은 본선행에 만족하지 못했다. A대표팀의 부진한 골결정력과 공격력 그리고 신 감독의 지도력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팬심을 주도하는 인터넷 댓글에선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축구협회의 A대표팀 감독 선임, 대표 선수 선발 등 모든 일 처리 방식과 결과에 불만을 쏟아내며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히딩크 변수'가 불쑥 튀어나왔다. 히딩크 향수에 젖어 있는 팬심이 폭발했다. 히딩크 감독은 15년 전 한국 축구에 월드컵 4강이라는 큰 업적을 남긴 영웅이자 또 명예시민이기도 하다. 팬들은 히딩크 감독이 하락세에 있지만 그래도 지금 축구협회 수뇌부와 신태용 감독 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마치 히딩크를 '적폐'인 축구협회를 단칼에 날려버릴 수 있는 해결사로 옹립하자는 것 처럼 들린다.

축구협회는 김호곤 부회장에 이어 정몽규 회장까지도 나서 "신태용 감독을 신뢰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또 몇 차례 수뇌부 대책회의를 갖고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을 지키자"는 축구협회의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러면서도 히딩크의 한국 축구를 돕고 싶다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는 쪽이다. 따라서 축구협회는 히딩크에게 어떤 자리와 역할을 줄 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지금 같은 첨예한 갈등 국면으로는 향후 9개월을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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