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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의 트릭은 '수비축구'였다.
수비는 포백이었다. 박주호(울산)-김영권(광저우 헝다)-장현수(FC도쿄)-이 용(전북)이 나섰다. 볼리비아전에 나섰던, 포백시 예상된 라인이었다. 골문은 장신의 조현우(대구)가 지켰다. 스웨덴의 높이를 의식한 선택이었다. 더 눈여겨 볼 것은 미드필드였다. 스웨덴은 4-4-2를 쓴다. 4명의 미드필더가 허리에 포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감독은 허리진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재성(전북)-기성용(스완지시티) 3명을 내세웠다. 전략적으로는 숫자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신 감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비시 좌우 윙포워드 손흥민과 황희찬을 내렸다. 4-1-4-1 형태로 변화를 꾀했다. 가운데에 선 이재성은 왼쪽에서 가운데로 이동한 '스웨덴의 에이스' 에밀 포르스베리(라이프치히)를 전담 마크했다. 기성용은 포백 바로 앞에 서서 대단히 수비적으로 뛰었다. 수비에 초점을 맞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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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의 트릭은 안먹는데만 신경을 쓴 듯 했다. 김신욱의 머리를 이용해 세컨드볼을 따겠다는 전략 역시 라인이 뒤로 가다보니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겨우겨우 버티던 수비는 결국 후반 20분 페널티킥으로 무너졌다.
신 감독은 후반 21분 김신욱 대신 정우영(빗셀 고베)을 투입하며 전형을 4-4-2로 바꿨다. 손흥민을 왼쪽 날개로 돌렸고, 황희찬과 구자철을 투톱으로 올렸다. 그러나 이미 스웨덴이 주도권을 잡은 뒤였다. 한국이 전방 압박 대신 뒤로 물러서자 스웨덴이 오히려 라인을 올려 플레이를 했다.
한국은 후반 28분 구자철을 빼고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를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이승우는 빠른 움직임으로 분위기를 바꿨지만, 손흥민-황희찬이 리듬을 잃어버렸다. 확실한 공격 패턴도, 눈이 번쩍일만한 세트피스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스웨덴전 목표는 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었다. 저렇게 내려서서는 골을 넣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신 감독의 트릭은 틀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