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전남 허용준(24)의 얘기다. 단단한 각오는 월드컵휴식기 동안 흘린 굵은 땀방울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열렸던 5월과 비교하면 몸무게가 2kg 정도 빠졌다. 체지방은 4% 줄어들었다.
2016년 전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허용준은 '슈퍼 조커'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선발보다는 주로 교체로 경기에 나섰지만, 임팩트 있는 활약을 남겼기 때문. 하지만 잦은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올 시즌을 앞두고는 오른무릎 연골 수술로 재건 수술을 했다. 전반기 내내 재활에 집중했고, 4경기를 뛰는데 만족해야 했다. 팀 역시 전반기 10위에 머무르며 주춤했다.
부상과 재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 반면, 고민은 하나둘 늘어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어요. 10년 넘게 축구를 했는데 요즘은 축구를 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잘하는 선수는 많은데, 저는 도태되는 느낌이에요. '내가 축구를 계속하는 게 맞나'하는 부정적인 생각까지 들었어요."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 주변의 조언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자신을 믿고 더욱 단단해지는 것 뿐이다.
허용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반전'의 후반기를 만들기 위해 더욱 이를 악물고 뛰었다. 체지방이 4%나 줄어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전반기를 돌아보니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만 많았던 것 같아요. 그라운드에 들어가서도 '누군가 해주겠지'하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고요.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 같아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거든요. 팀 성적도 그렇고, 제 자신도 마찬가지죠. 한 발 더 뛰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가야 해요.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어요. 후반기는 더욱 '죽기 살기'로 달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