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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 'UTU-DTD'라는 말이 있다.
올 시즌 K리그1은 정규리그 33라운드와 스플릿 5라운드를 더해 38라운드로 진행된다. 반환점을 지난 20라운드를 마친 지금, 경남의 순위는 2위(승점 36)다. 3위 수원(승점 35)과의 격차는 불과 1이지만, 4위 제주(승점 29)와의 승점차는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올 시즌 K리그는 정규리그 1~3위와 FA컵 우승팀에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이 주어진다. 경남은 후반기 펼쳐진 6경기에서 4승2무를 기록 중이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ACL 출전도 꿈만은 아니다.
당초 경남은 잔류를 목표로 했다. 내심 속으로는 상위 스플릿 진출도 꿈을 꿨다. 지난 시즌 역대 승격팀 최고 성적을 거둔 강원(6위·승점 49)의 13승을 또 다른 목표로 정했다. 벌써 가시권에 있다. 남은 18경기에서 3승만 더 하면 된다. 지금 경남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ACL을 살짝 살짝 언급하고 있다. 김종부 감독도 28일 서울전 승리(3대2) 이후 "멘탈적인 부분에서 더 보완한다면 ACL도 욕심을 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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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남은 다르다. 전 포지션에 걸쳐 더블스쿼드를 구축했다. 수비부터 보자. 골키퍼도 손정현-이범수 더블스토퍼 체제를 만들었고, 승격팀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중앙 수비진도 박지수 김현훈 우주성 여성해 등 실력이 비슷한 선수 4명이 포진했다. 불안요소였던 좌우 윙백 역시 유지훈과 이광진이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가세하며 약점을 메웠다. 경남은 단 21골만 내주며 최소실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수비가 안정되니 좀처럼 지지 않는다. 경남은 올 시즌 단 4패만을 당했다. 역시 최소패배 2위다.
공격진도 어느 한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분산형 구조다. 15골을 기록 중인 말컹이 공격의 핵이지만, 경남은 말컹이 없다고 무너지지 않는다. 네게바, 김효기 쿠니모토 등이 번갈아 나서며 말컹이 없는 경기에서도 승리를 챙겼다. 조영철, 파울링요 등이 더해지며 경남은 양과 질에서 한층 두터운 공격진을 보유하게 됐다.
물론 약점도 있다. '중원의 핵' 최영준의 대체자가 없다는 점이다. 경남은 최영준을 축으로 김준범 하성민 조재철 등이 중앙을 지킨다. 하지만 누구도 최영준 만큼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영준은 공격의 시발점이자 수비의 보루다. 가장 많이 뛰면서도, 가장 번뜩이는 패스를 공급한다. 경남은 최영준의 유무에 따라 경기력의 차이가 크다. 최영준의 부재시 어떻게 공백을 메울지가 관건이다. 매경기 들쑥날쑥한 말컹의 집중력도 변수다. 말컹의 득점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심리 상태에 따라 기복이 있다. 이러한 변수를 최소화 하는 것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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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ACL행은 단순히 전력구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운도 따라야 한다. 전력과 이름값만 놓고보면 지난 시즌 강원이 더 강했다. 하지만 강원 역시 ACL행에 실패했다. 강팀과 함께 순위싸움을 펼치면, 아무래도 경험이 없는 팀들은 압박감에 무너질 수 밖에 없다.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레스터시티가 동화같은 우승을 차지한 것도 아스널, 맨유, 첼시 등 기존 강호들이 줄줄이 무너진 덕이 컸다. 올 시즌 K리그1이 그렇다. 당초 ACL 후보로 평가받았던 제주, 울산, 서울 등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는 최근 1무3패로 빠지며 4위로 내려섰고, 전북의 대항마로 평가받았던 울산은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고 5위에 머물러 있다. 서울은 더하다. 아예 9위로 내려앉았다. 상위스플릿 진출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경남은 이들 전통의 강호들이 주춤한 틈을 타 잡을 팀들을 확실히 잡고 있다. 8위 이하의 팀들을 상대로 단 1패 밖에 하지 않았다. 강팀을 상대로는 최소 승점 1점을 획득하고 있다. 여전히 시즌은 많이 남았다. 남은 기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 기본 전력이 탄탄하고, 잡을 팀은 잡고, 라이벌은 미끄러진다. 이렇게 경남은 ACL 진출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채워가고 있다. 새로운 역사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