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 걷어찬 이승우의 경솔함, 팬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기사입력 2019-01-17 12:48


한국과 중국의 2019 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이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경기 종료 후 이승우와 손을 맞잡는 벤투 감독의 모습.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1.16/

누구나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 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행위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이 아닌 '대표팀 멤버'로서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가 지난 16일 밤(한국시각)에 열린 아시안컵 중국전 때 보여준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의 행동이 전해진 뒤 강력한 지탄 여론이 생성됐다.

한국 시간으로 16일에서 17일로 넘어가는 밤 시간. 온 국민은 환희에 들끓었다.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9년 UAE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한국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실력을 보여주며 2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팀에 새로 합류한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그라운드 곳곳에 전파하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뤄진 경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막판 뜻밖의 장소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이 나왔다. 그라운드가 아닌 한국 벤치 쪽에서였다. 이날 선발 출전명단에서 제외된 이승우는 대기선수로 몸을 풀고 있었다. 콜이 나오면 언제든 그라운드로 뛰어갈 수 있게 땀을 흘렸다. 그러나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운 후반 35분에 벤치에서 나온 사인은 교체 출격이 아니었다. 웜업을 그만하고, 벤치에 들어와 쉬라는 사인이었다. 말하자면 오늘 이 경기에 이승우가 뛸 몫은 없다는 뜻이다.

그러자 이승우가 폭발했다. 벤치로 오며 물병과 수건을 걷어찼고, 벤치에 도착 후 정강이 보호대를 거칠게 집어 던졌다. 팀 동료 정승현(가시마)의 위로에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 현장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중국과의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을 하루 앞둔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가졌다. 그라운드를 달리는 정우영 정승현 이승우의 모습.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1.15/
이승우가 처한 상황을 자세히 돌아보면 기분이 나쁠 법도 하다. 그는 대회 개막 직전 부상으로 낙마한 나상호의 대체선수로 벤투호에 합류했다. 대표팀 합류가 영광스러운 일이긴 해도 소속팀에서 아직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 불안감이 들 수 있다. 그런데 막상 대표팀에 와보니 뛸 자리는 없었다. 그는 조별예선 1~3차전에 선발은 커녕 교체로도 나서지 못했다.

3차전에서도 승부가 이미 후반 초반에 2-0으로 벌어졌음에도 어떤 활약도 할 수 없었다. 열심히 몸을 풀며 은근히 퍼포먼스도 했지만, 벤투 감독은 냉정히 다른 카드를 꺼냈다. 어디까지나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이승우에게 벤투 감독이 특별히 불이익을 줄 이유는 전혀 없다. 그저 경기 흐름상 이승우보다는 다른 선수가 더 나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승우의 입장에서는 속이 탈 법도 하다. 이렇게 안 쓸 거였다면 굳이 왜 불렀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다간 대표팀에서도 또 소속팀에서도 존재감이 지워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추측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불만을 표현하는 방식은 분명 잘못됐다. 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경기였다. 전세계의 시선이 그라운드와 벤치에 쏠려 있었다. 그리고 동료와 선배들은 그라운드에서 땀은 물론 피까지 흘리며 격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벤치 대기 지시에 기물들을 걷어차고 집어 던지는 행위는 팀 분위기를 망치는 '팀킬 행동'이나 다름없다. 축구 팬들이 분노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성용을 필두로 한 선배들은 이런 이승우를 일단은 감싸 안았다. "아직 어려서 컨트롤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잘 타이르겠다"며 분위기 무마에 나섰다. 기성용의 리더십이라면 일단은 잘 추스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승우가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런 행동은 언제든 또 튀어나올 수 있다. 이번 일이 이승우에게 성숙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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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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