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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명분과 실리의 관계는 항상 복잡하다. 두 가치 사이의 우선순위도 그때그때 다르다. 손해를 보더라도 명분을 잃지 말아야 할 때가 있고, 반대로 명분이 약하더라도 철저히 실리를 추구해야 할 시기도 있다. 각자 처한 입장을 잘 살펴야 한다. 지금 K리그1 강원FC도 잘 판단해야 한다. 어쩌면 정규리그보다 FA컵에 총력을 쏟아붓는 선택이 나을 수도 있다. 성공의 확률과 보상 측면을 따져보면 그렇다.
결과적으로는 김 감독의 선택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비록 FA컵 8강전에서 탈락했지만, 정규리그에 힘을 집중한 덕분에 리그 중후반 강세를 이어갔고, 무난하게 파이널A에 안착할 수 있었다. 당초 '강등권'의 한 팀으로 분류됐던 강원이 남몰래 일으킨 '병수볼' 돌풍이 뚜렷한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때는 정규리그에 집중한 선택이 더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일단 파이널A 진출은 작년에 이뤄냈다. 올해도 비록 4연패로 주춤하긴 했어도 시즌 초반 좋은 모습으로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고, 여기에 연패 탈출 후속 효과로 선수들이 자신감도 회복했다. 현재의 위치만 잘 지켜낸다면 2년 연속 파이널A가 그리 어려운 미션은 아니다.
그런데 이 순위로 2년 연속 파이널A에 성공했다고 해서 돌아오는 이득은 어떤 게 있을까. 구단의 명예나 자부심 정도다. 우승이나 혹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획득 가능 순위까지 오르지 못한다면, 그냥 거기서 끝이다. 실속은 별로 없다.
대신 FA컵은 좀 더 실리적이다. 앞으로 3경기(8강, 4강, 결승)에서만 승리하면 우승하는데 상금 3억원에, 다음시즌 ACL 진출권까지 얻을 수 있다. 승부를 한번 걸어봄 직 하다. 더구나 다음 8강 상대는 이미 정규리그에서 한 번 이겨봤던 전북 현대다. 또한 전북은 FA컵보다는 리그 2연패에 더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조직력도 흔들리고 있다. 이 정도로 판이 깔렸다면 발상의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정규리그 목표를 파이널A 마지노선 6위 유지로 설정해놓고, 로테이션의 힘을 FA컵 쪽으로 집중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도 노려볼 만 하다. 과연 강원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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