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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현실적 대안, 'FA컵 올인전략'은 어떨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7-17 05:30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명분과 실리의 관계는 항상 복잡하다. 두 가치 사이의 우선순위도 그때그때 다르다. 손해를 보더라도 명분을 잃지 말아야 할 때가 있고, 반대로 명분이 약하더라도 철저히 실리를 추구해야 할 시기도 있다. 각자 처한 입장을 잘 살펴야 한다. 지금 K리그1 강원FC도 잘 판단해야 한다. 어쩌면 정규리그보다 FA컵에 총력을 쏟아붓는 선택이 나을 수도 있다. 성공의 확률과 보상 측면을 따져보면 그렇다.

강원FC는 최근 큰 위기를 잘 넘겼다. 정규리그에서 수비 난조 등으로 뜻밖의 4연패를 겪었다. 팀을 이끄는 김병수 감독조차 처음 겪어보는 최악의 연패 상황이었다. 다행히 11라운드에서 광주FC를 상대로 4대1로 대승을 거두며 연패를 끊었다. 이어 1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광주FC를 상대로 FA컵 16강전을 치렀다. 여기서도 4골을 몰아넣으며 4대2로 승리했다. 광주와의 정규리그, FA컵 '홈&어웨이' 연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강원은 다시금 자신감을 크게 되찾았다.

자신감 뿐만 아니라 실리적으로 얻은 것도 많다. 일단 강원은 다시 파이널A 마지노선인 6위권에 재진입했다.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FA컵 8강 티켓도 따냈다. FA컵 8강은 강원 구단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이다. 이 이상으로 올라가본 적은 없다. 사실 지난해에도 강원은 파죽지세로 FA컵 8강에 올랐지만, 행진이 거기서 멈췄다. 김 감독의 선택이었다. 당시 강원은 얇은 선수층으로 정규리그와 FA컵에 힘을 분산시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불확실성이 큰 토너먼트 FA컵보다는 정규리그 파이널A(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목표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는 김 감독의 선택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비록 FA컵 8강전에서 탈락했지만, 정규리그에 힘을 집중한 덕분에 리그 중후반 강세를 이어갔고, 무난하게 파이널A에 안착할 수 있었다. 당초 '강등권'의 한 팀으로 분류됐던 강원이 남몰래 일으킨 '병수볼' 돌풍이 뚜렷한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때는 정규리그에 집중한 선택이 더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일단 파이널A 진출은 작년에 이뤄냈다. 올해도 비록 4연패로 주춤하긴 했어도 시즌 초반 좋은 모습으로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고, 여기에 연패 탈출 후속 효과로 선수들이 자신감도 회복했다. 현재의 위치만 잘 지켜낸다면 2년 연속 파이널A가 그리 어려운 미션은 아니다.

게다가 냉정하게 전력을 평가할 필요도 있다. 강원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외국인 공격수도 데려오지 못하는 현재 전력 구성이나 구단의 지원 상황을 따져보면 아무리 잘 풀린다고 해도 4위 정도가 최상의 성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는 5~6위 정도로 봐야한다.

그런데 이 순위로 2년 연속 파이널A에 성공했다고 해서 돌아오는 이득은 어떤 게 있을까. 구단의 명예나 자부심 정도다. 우승이나 혹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획득 가능 순위까지 오르지 못한다면, 그냥 거기서 끝이다. 실속은 별로 없다.

대신 FA컵은 좀 더 실리적이다. 앞으로 3경기(8강, 4강, 결승)에서만 승리하면 우승하는데 상금 3억원에, 다음시즌 ACL 진출권까지 얻을 수 있다. 승부를 한번 걸어봄 직 하다. 더구나 다음 8강 상대는 이미 정규리그에서 한 번 이겨봤던 전북 현대다. 또한 전북은 FA컵보다는 리그 2연패에 더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조직력도 흔들리고 있다. 이 정도로 판이 깔렸다면 발상의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정규리그 목표를 파이널A 마지노선 6위 유지로 설정해놓고, 로테이션의 힘을 FA컵 쪽으로 집중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도 노려볼 만 하다. 과연 강원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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