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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2010년대 후반, K리그의 중심은 '현대가'가 차지했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는 축구를 사랑하는 모기업의 꾸준한 지원 속에 한국 축구의 근간을 이룬 게 사실이다. 이런 현대가의 득세에 상대적으로 주춤한 건 '제철가'다. 포스코의 지원을 받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1부)와 전남 드래곤즈(2부)다. '제철가'의 두 형제 구단은 지금은 현대가와는 비교가 안 되는 모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선수 스쿼드와 연봉 싸움에선 크게 밀린다. 게다가 전남은 2년 전 1부에서 2부로 떨어져 직접 비교도 어렵다. 그런 포항과 전남이 '제철가'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몸부림 치면 2020시즌 중반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983년 K리그 원년 참가팀인 포항은 한국 축구사의 산 증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철강왕' 박태준 회장의 축구사랑이 대단했다. 포항 스틸러스의 성공적인 정착 이후, 전남 드래곤즈는 1994년 포스코의 또 다른 사업장인 전남 광양시에 만들어졌다. 포항 스틸러스가 '형'이라면 전남 드래곤즈는 '동생'인 셈이다. 포항은 총 5번(1986년, 1988년, 1992년, 2007년, 2013년)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FA컵 우승도 4번 차지했다. 전남은 아직 K리그 1부 정규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FA컵에서만 3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포항과 전남은 함께 1부에 있을 때 '현대가 더비' 못지 않은 치열한 '제철가 더비'를 치렀다. 제철가 더비 결과에 따라 모기업의 지원금 규모가 결정된다는 근거없는 루머가 돌 정도로 두 팀의 맞대결은 치열했다. 하지만 1부와 2부로 노는 무대가 달라진 후 두 구단은 상호 협력하는 형제 관계가 됐다. 포항 스틸러스 양흥열 대표와 전남 드래곤즈 조청명 대표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대표는 함께 포스코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하는 한 배를 탄 동지인 셈이다. 서로 조언을 구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사이라고 한다.
또 공교롭게도 포항 사령탑 김기동 감독(48)과 전남 전경준 감독(47)이 똑같이 포항 스틸러스와 부천SK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둘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함께 부천SK에서 뛰었다.
축구계에선 포항과 전남이 앞으로 더 성장해 과거 제철가의 옛 명성을 되찾아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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