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 시즌, '쌍용매치'가 K리그 팬들 사이에 더 큰 화제가 됐으면 한다."
|
|
2월 말, 제주 서귀포 훈련장에서 만난 '서울 캡틴' 기성용은 이청용의 질문이라는 말에 반색했다. 이청용의 첫 질문은 "홍명보 감독님을 상대팀으로 만나게 된 기분"이었다.
기성용에게 홍 감독은 오랜 멘토이자 스승이다. 기성용은 홍 감독 아래 연령별 대표팀,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거치며 한국 축구의 중심, 월드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 기성용은 더없는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다. "감독님은 현역 시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였고, 지도자로서도 가장 존경하는 감독님"이라고 했다. "감독님이 현장에 복귀하신다는 소식에 기분이 묘했다. 경기장 안에서 저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이고, 저 역시 감독님을 잘 안다.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상대로 만나면 장점, 단점이 있을 것같다. 결과를 떠나서 감독님을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정말 특별할 것같다"고 말했다.
이청용의 두 번째 질문은 "4월 7일 울산에서 펼쳐질 첫 울산-서울전 예상 스코어". 기성용은 냉정하게 답했다. "1대1 혹은 2대2 무. 울산과 원정 무승부라면 만족할 만하다"고 했다. "서울 홈이라면"이란 질문엔 주저없이 "2대1 승리!"를 외쳤다.
|
|
지난해 쌍용매치는 이청용의 완승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서울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은 몸을 채 끌어올리기도 전인 8월 30일 첫 '쌍용매치'에 나섰다. 이청용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기성용이 '울산 캡틴' 이청용을 향해 던진 첫 질문은 '쌍용매치 세리머니'였다. "서울전에서 골 넣으면 세리머니를 할 건지, 만약 한다면 어떤 세리머니?" 이청용의 대답은 확고했다. "작년에도 서울전에서 골을 넣었지만 친정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주고 싶어서 세리머니를 안했다. 올 시즌에도 울산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서울전에서 골을 넣는다고 해도 세리머니는 안할 생각이다."
기성용의 두 번째 질문, 특유의 위트가 살아났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원팀' 홍명보호의 '드레스코드'에 대한 것이었다. 올림픽대표팀 시절 화제가 된 홍 감독표 '윗옷, 바지에 넣어입기'가 울산에서도 유효한지 확인했다. "홍 감독님은 대표팀 시절, 단체복을 입을 때 항상 윗옷을 바지에 넣어 입으라 하셨는데 울산서도 그러시는지" 물었다. 이청용의 정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울산에선 안그러신다. 감독님은 여전히 하나된 원팀의 모습을 강조하시지만 그건 훈련장, 경기장에서이고 생활할 땐 최대한 선수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주신다."
|
새 시즌 베테랑의 눈으로 바라본 K리그1 판도는 어떨까. '울산 캡틴' 이청용은 "우승팀은 울산"이라고 단언했다.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올라간 분위기를 리그까지 이어갈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밖의 팀들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K리그1 모든 팀들이 지난 겨울 많은 보강을 통해 대거 바뀌었고, 전지훈련도 다들 열심히 해서 순위를 가늠하기가 힘들다"고 답했다.
'기캡틴' 기성용 역시 서울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거침없이 "우승!"을 외쳤다. "프로선수로서의 자존심, 서울이라는 리딩클럽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현재 전북과 울산이 K리그를 주도하고 있다. 서울은 수도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도시다. 선수도, 구단도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서울이란 팀이 리딩클럽으로서 K리그를 끌고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북, 울산은 올해도 잘할 것이다. 서울, 강원, 포항 등이 테이블 상위권에 위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마지막, 서로를 향한 덕담 순서. "올해는 시작부터 함께 하게 됐다. 복귀 2년차인 만큼 부상없이 더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자"는 이청용의 응원에 기성용 역시 "올해는 아프지 말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자. 경기장에서 선의의 경쟁, 좋은 경기 하자!"고 화답했다.
훈훈한 절친 토크는 여기까지, 자존심을 건 쌍용매치엔 양보가 없었다. 기성용은 "작년엔 울산이 이겼으니, 올해는 기필코 우리가 이기겠다"고 호언했다. 이청용이 여유만만하게 받아쳤다. "지난 시즌에 우리가 워낙 압도적으로 이겨서… 새 시즌엔 아무쪼록 더 치열한 경기를 할 수 있길 기대해."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