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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사태 해결국면?' 수원삼성의 '진퇴양난' 딜레마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1-02-24 06:26




11일 오후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평가전을 벌였다. 경기에 임하고 있는 백승호. 서울월드컵경기장=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6.11/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품을 수도, 그냥 놓아줄 수도 없고….'

축구판을 뜨겁게 달궜던 '백승호 국내 복귀 논란'이 전북 현대의 영입 중단 발표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더 큰 문제를 남겼다. 백승호의 전북 입단 추진 과정에서 크게 어긋난 수원 삼성과 백승호측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일단 백승호측이 신의를 저버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칼자루'를 수원이 쥔 형국이 됐다.

독일에서 귀국한 백승호의 아버지가 23일 2주간 자가격리에서 해제됨에 따라 논란 이후 처음으로 수원 구단측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수원 구단은 면담을 앞두고 커다란 딜레마에 빠졌다. '진퇴양난'이다. 백승호측이 수원 구단과 사전 협의 없이 '사태'를 만든 바람에 이렇게 됐다.

현재 양측 갈등 해결 방향은 크게 두 갈래, '백승호를 품느냐', '놓아주느냐'다. 하지만 수원 입장에서는 두 가지 모두 최선책이 아니다.

먼저 백승호를 품자니 이미 때를 놓친 느낌이다. 마음이 떠난 선수를 합류시킨다고 한들 팀 분위기, 전력에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 백승호 사태가 발생하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 '반 백승호' 기류가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팬들의 여론은 더 싸늘하다. 백승호가 입단을 추진했던 곳이 다른 팀도 아닌 전북이어서 더욱 그렇다. 팬들 사이에서 '배신자' 이미지가 심어진 상황이다. 백승호가 수원 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설 때 서포터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만 해도 두렵다는 게 수원 구단의 걱정이다.


수원 관계자는 "우린 전통적으로 팬들이 소중하다. 그래서 구단과 백승호측이 화해했다고 구렁이 담넘듯 넘어갈 수 없다"면서 "팬들께서 어느 정도 용서하는 게 전제가 돼야 하는데 낙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 유학 지원비와 위자료를 받는 선에서 놓아줘야 할까. 여기엔 '대승적 차원', '젊은 선수의 미래'같은 명분을 붙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끝낼 문제가 아니다. K리그 유스정책을 허망하게 만드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특히 수원은 유스팀 육성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던 선도 구단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타 구단들도 "아쉬울 때 '단물' 다 빼먹고, 해외에서 성공한 뒤 약속어기고, 돈으로 해결하면 끝이라는 선례를 남기면 구단은 평생 '호갱'밖에 더 되겠느냐"며 성토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수원 구단은 백승호의 전북 입단이 무산되면서 법적 분쟁의 1차 원인이 소멸됐지만 또다른 불씨는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협의에서 계약 위반에 따른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기 위해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 이견이 커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도 각오한다는 것.

이에 대해 A구단 관계자는 "수원이 보상금 몇푼 더 챙기겠다고 그러겠나. K리그의 근간을 흔드는, 인간의 신의를 버리는 행위에 대한 축구계의 공분을 잘 알기에 총대를 멘 것"이라며 "그동안 구단들은 이른바 '먹튀' 선수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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