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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골은 프로 10년 연습의 결과."
이준희는 이날 '맨오브더매치'는 물론, 지난 4일 팀 동료 까뇨뚜와 함께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개막전 리그 베스트11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풍생중-대동산업고-경희대를 거쳐 2012년 대구FC에서 프로에 데뷔한 1988년생 이준희는 올해 프로 10년차를 맞았다. 대구, 경남, 서울 이랜드, 부산을 거쳐 2019년 안산 유니폼을 입었다. 갖은 풍파를 견뎌낸 소나무처럼 묵묵히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10년간 142경기를 뛰었고, 6골 8도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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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김천 상무전 깜짝 선제골, 값진 무승부에 대해 이준희는 "힘든 경기를 예상했는데 골이 빨리 들어가면서 경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운좋게 골을 넣었다. 선수들이 차려준 밥을 먹은 것"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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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레이어' 이준희는 "내 목표는 언제나 내가 나가는 경기에서 승점을 따오자는 것뿐이다. 절대 지지 말자, 믿고 쓰는 선수가 되자는 생각뿐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고 답했다.
올 시즌 '1999년생 인도네시아 국대' 아스나위와 주전 경쟁에 임하는 각오도 같았다. 4일 2번의 자가격리끝에 훈련장에 합류한 아스나위와 만났다는 이준희는 경쟁보다 팀을 위한 공존을 강조했다. "나는 아스나위의 팀 동료이자 선배"라고 했다. "경쟁보다는 아스나위가 한국축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먼저다.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보여주면서 같이 손잡고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스나위는 굉장히 밝은 친구다. 서로 장난도 치고, 아주 재미있는 친구다. 올 시즌 함께 잘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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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를 키우는 건 8할이 바람이다. 인터뷰 말미 이준희는 작정한 듯 마음에 담아둔 말을 꺼냈다. 자신의 원더골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또래 30대 초중반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소망했다. "2018년 부산에서 나와 6개월간 팀을 못찾은 적이 있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에 가서 테스트를 받기도 했고 한 팀에선 합격통보도 받았지만 입단 과정에서 불발됐다. 바로 그때 안산에서 연락이 왔다. 더 이상 방황하지 말고 함께하자는 제안을 해주셨다. 천운이었다"고 오래전 그날을 떠올렸다. "지금도 K리그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팀을 찾지 못한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저는 대단히 훌륭한 선수는 아니지만, 저를 보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막전 골을 넣고 나서 힘들었던 시절 생각이 나서 울컥했다. 아무것도 아닌 내게 손을 내밀어준 안산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네살배기 딸 유나는 요즘 "아빠, 빵!"을 외친다. 아빠가 축구선수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다. '자랑스러운 유나아빠' 이준희는 "우리 안산엔 저처럼 간절한 선수들이 많다. 어떻게 이런 선수들을 스카우팅해오는 지 신기할 정도다. 이 간절함이야말로 끈끈한 우리 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안산은 가장 힘들었던 때, 내게 손을 내밀어준 팀이다. 여기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 축복받은 일이다. 이곳에서 뛴다는 것이 꿈같고 행복하다. 이 꿈을 계속 꾸고 싶다. 영원히 깨고 싶지않다"며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한편 김길식 감독이 이끄는 안산은 6일 오후 4시 하나원큐 K리그2 2021, 2라운드에서 '4호선 지역 라이벌' FC안양을 상대로 시즌 첫 승에 도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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