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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은 지난 1월 초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은 직후 2월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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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파울루 벤투 감독이 발표한 한일전 소집명단에 울산 선수 6명(이동준, 윤빛가람, 원두재, 홍 철, 김태환, 조현우)이 발탁됐고, 이중 홍 철이 포함됐다. 홍 감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클럽월드컵도 내려놓고 준비한 홍 감독의 '홍 철 플랜'이 틀어졌다. 16일 제주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홍 감독은 홍 철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사전 기자회견에서 홍 철의 컨디션을 묻는 질문은 당연했다. 홍 감독의 대답은 이랬다.
이례적으로 상세한 설명이었다. 어찌 보면 벤투 감독에게 직접 전하고 싶었지만, 전하지 못했던 말들이다. 취재 결과, 구단이나 감독이 아닌 선수와는 소통이 있었다. 그러나 그 선수의 몸 상태나 데이터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언할 의무팀이나 감독과의 소통은 원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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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과 홍 감독의 발언은 각자의 위치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들이다. 조제 무리뉴 감독은 2017년 맨유 사령탑 시절 필 존스가 허벅지 부상을 안은 채 잉글랜드대표팀에 소집돼 독일과의 평가전 전반 25분만에 주저앉은 후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대표팀 감독을 맹비난했었다. 무리뉴 감독은 "필 존스는 3주간 부상을 갖고 있었고 재활에 전념했다. 구단이 열심히 노력해 빅매치인 첼시전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 출전했고, 바로 잉글랜드대표팀에 발탁됐다. 모두가 알다시피 부상이 있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누구나 손톱이 빠진다든지 발가락이 아프다든지 감기가 걸렸다든지 이런저런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런 문제로 A매치 휴식기간에 충분히 쉬면서 휴가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순진하고 순수한 감독들은 당연히 소집에 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낸 바 있다.
이처럼 어느 나라나 대표팀과 클럽팀의 이해는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선수보호'라는 명제는 대표팀과 클럽팀, 축구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대원칙이다. 주요 선수의 컨디션과 정보를 대표팀과 클럽팀이 수시로 충분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 벤투 감독의 소신, 외국인 감독의 한계도 분명 있다. 코칭스태프들이 대표 선수들과는 수시로 소통하지만 K리그 감독, 구단과의 소통은 원활하지 않은 모양새다. 대표팀 사령탑, 협회 전무를 역임한 '한국 축구 레전드' 홍 감독이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을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향후 리그와 대표팀의 상생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날 제주전 현장에서 울산 서포터들은 '리그의 발전 없이 국대도 발전 없다'는 플래카드를 들어올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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