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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1994년생 축구선수들이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국군체육부대(상무)의 오락가락 모집 시기 때문이다.
3월 공고 후 일부 구단 사이에 이번이 올 마지막 소집이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확인에 나섰다. 확인을 마친 연맹은 곧바로 각 구단에 이번주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지원 마감이 26일까지인 관계로 선수들과 곧바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주무들에게 전할만큼 긴박했다.
상무의 입장은 명확하다. 상무는 매년 전역 시기에 맞춰 모집 일정을 정했다. 이번 모집은 6월 전역을 대비한 선발이다. 3월 정승현 구성윤 조규성 등이 입대하며 14명이 추가된 김천상무의 현 정원(TO)은 42명. 6월 전역자가 발생하면 28명으로 줄어들고, 이번 모집으로 다시 14명이 추가되면 42명, 여기에 11월 전역자가 발생하면 TO가 28명으로 줄어든다. TO를 점차 줄여온 상무는 겨울 모집을 할 경우, TO가 42명이 되는만큼 뽑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무 관계자는 "군복무가 18개월로 줄어들며 모집 일정이 매년 바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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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시즌 중 핵심 자원들을 뺏기게 생겼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인천 유나이티드는 특히 울상이다. 이창민 송주훈 박원재(이상 제주), 문지환 지언학 정동윤(이상 인천) 등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창민 문지환은 대체불가능한 중원의 핵이다. 고승범의 수원 삼성, 이영재의 수원FC도 고민이 크다. 각 구단 입장에서는 사전에 이들과 입대 시기를 조율하고, 미리 한 시즌에 대한 계획을 세운만큼 '멘붕'일 수 밖에 없다. 대체자를 찾을수도 없거니와, 데려오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미래가 걸린 군입대를 미뤄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만큼, 더욱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각 구단들은 상무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사전에 계획을 전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보이고 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올 시즌 연고를 옮긴 김천상무이 올 시즌 승격을 하기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올 정도. 물론 김천상무는 "우리도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 선수 선발은 국방부 소관으로 우리도 공고를 떠야 알 수 있는 수준이다. 상무의 결정은 우리와 무관하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K리그는 지난 몇년간 '여름-겨울 지원'이라는 시스템에 맞춰 움직였다. 한 관계자는 "계약, 예산까지, 군입대라는 변수에 맞춰 한 시즌을 준비한다. 올 시즌에도 여름, 겨울 입대를 축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그런데 한마디 통보도 없이 주력 선수를 뺏기게 생겼다. 그럴거면 계약도 이렇게 하지 않았고, 미리 대비를 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미래가 걱정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회가 줄어든만큼, 선발에서 떨어질 선수들도 많을 수 밖에 없다. 막군이라는 미래를 맞이한 선수들을 어떻게 달래고 갈지도 고민"이라고 했다. 때문에 상무의 일방통행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연맹은 일단 마지막까지 상무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김천 관계자도 "내년 TO가 올해 당겨질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정은 상무의 몫"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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