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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우면서 규율 있는 원팀 울산을 꿈꾼다."
1위라는 결과보다 뜻깊은 건 1위의 과정이다. 올 시즌 울산은 자타공인 '행복축구'다. 이청용, 윤빛가람, 고명진 등 에이스들은 경기장, 훈련장에서 이구동성 "즐겁게, 재미있게"를 노래한다. 즐기는 과정 속에 모두가 하나가 됐다. '원톱' 김지현, 힌터제어의 침묵에도 팀의 지지는 한결같았다. 결국 이들은 감독과 동료들의 신뢰에 골로 화답했다. 이동준, 김민준, 원두재 등 걸출한 영건들과 리그 최강 베테랑들의 조화 속에 울산은 전북을 2년만에 이겼고, 이어진 포항과의 '동해안더비'에서도 승리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위닝멘탈리티'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동점골, 역전골을 밀어넣는다. 3골을 넣고도 내려서지 않는다. 지지 않는 뒷심, 후반 막판 터져나오는 극장골에 '명보극장'이라는 애칭도 생겼다.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5월 말,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지금까지 그려준 그림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스쿼드로 2~3개월, 서로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팀으로서 함께 위기를 견뎌낸 과정, 팀으로서 힘이 생긴 부분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담담히 말했다. "무엇보다 전북, 포항전 연승이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홍 감독은 성적뿐 아니라 울산의 행복한 팀 문화, 지속적인 팀 철학을 만드는 일을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굉장히 자유스러우면서 규율이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그런데 우리 팀은 자유스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규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 어깨에 큰 돌덩어리가 있는 것같았다. 부담감이었다. 전북, 포항, 중요한 경기에선 더욱 그랬다. 4월11일 첫 전북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주문한 건 '돌덩어리를 내려놔라. 동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하라' 였다"고 털어놨다. 홍 감독표 배려의 리더십, 승리의 마법이 서서히 선수단에 스며들고 있다. "어깨 힘을 빼주되, 전술적인 면과 훈련 자세가 더 진지해지면서 팀이 점점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우리 선수들이 잘하는 걸 더 잘하게 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홍 감독은 "좋은 팀의 기본 베이스는 철학이다. '울산 현대'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확고한 이미지, 철학에 의해 움직이는 팀을 만들고 싶다. 결국 강한 팀은 팀 문화, 팀 철학, 밑바탕이 강한 팀이다. 팀 철학이 확고하면 팬덤은 당연히 따라온다. 내 목표는 울산만의 지속가능한, 확고한 철학을 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매치 휴식기, 울산은 무려 7명의 선수를 벤투호(조현우, 김태환, 홍 철, 원두재, 이동경), 김학범호(이동준, 설영우)에 떠나보냈다. 훈련 분위기 쇄신을 위해 7~12일 거제로 짧은 전지훈련을 떠난다.
홍 감독은 하반기에도 예측불허, 피 말리는 우승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북이 원위치로 돌아올 것이고, 수원, 대구도 무척 강하다. 포항, 제주도 어느 시점이 되면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가 아주 많이 남아 있다. 지금 위치는 의미 없다"며 담담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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