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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정말 질긴 악연이다.
한국과 이란은 '영원한 라이벌'이라는 명성만큼 숱한 화제를 뿌렸다. 남아공 예선에선 이란이 울었다. 브라질과 러시아에선 한국이 체면을 구겼다. 장외의 자존심 싸움은 '전쟁 아닌 전쟁'이었다. 남아공 길목부터 첨예하게 대립했던 두 팀의 '축구 전쟁사'를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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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쿠남은 2009년 2월 이란을 찾은 박지성을 향해 "맨유의 박지성에게도 아자디스타디움의 분위기는 매우 다를 것이다. 10만명의 팬들도 처음일 것이다. 지옥이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박지성은 이 소식을 듣자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면 알 것"이라고 응수했다.
승부는 극적이었다. 네쿠남이 후반 12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트리자 후반 36분 박지성이 헤딩으로 동점골을 작렬시켰다. 1대1. 둘 다 천국의 환희는 느끼지 못했지만 적지에서 비긴 박지성이 심리적으로 승리했다.
4개월 뒤 상암벌에서 열린 2차전에선 박지성이 천국을 먼저 노래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지어 여유가 있다. 월드컵 예선전이라기보다 평가전의 의미가 강한 경기다. 하지만 이란은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란이 천국으로 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고, 현실이 됐다. 박지성의 환상적인 동점골이 또 다시 불을 뿜었고, 1대1 무승부에도 이란은 남아공행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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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칼을 칼았고, 2011년 맨유 수석코치 출신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포르투갈 출신)을 영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한국에는 고통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2013년 6월 18일,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최종전에서 만난 두 팀의 설전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이란은 한국에 패할 경우 4년 전처럼 월드컵 진출에 실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케이로스 감독은 달랐다. 당시 마수드 쇼자에이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렸으나, 후반 27분 터진 네쿠남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치욕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승전에 취한 케이로스 감독은 최강희 감독과 한국팀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 세리머니를 날렸다. 선수들도 그라운드를 돌며 한국 팬들을 향해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조롱했다. 반면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쁨도 누리지 못하고 쓸쓸하게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한국은 이란에 진 빚을 청산해야 했다. 그러나 케이로스 감독 체제에서 이란은 한국의 천적이었다.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한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1승1무로 우위를 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 이란은 현재 한국(36위)보다 14계단 위로 아시아 최강을 자랑한다. 또 최근 3개 대회 월드컵 최종예선 전적은 3무3패로 한국의 절대 열세다.
이란 원정길은 늘 고행이었다. 텃세는 물론 고지대(아자디스타디움·해발 1273m)와도 싸워야 한다. 그래도 영원한 것은 없다. 손흥민을 비롯해 태극전사들은 이번 만큼은 아자디스타디움에서의 2무5패, 무승의 한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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