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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도 데이터 시대]①데이터를 알면 K리그가 더 재밌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21-10-28 15:52 | 최종수정 2021-11-01 06:01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흔히 야구를 '숫자 놀음'이라고 한다. 데이터 스포츠로 깊게 인식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데이터에만 의존해 외면받던 선수들을 영입해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머니볼'(2011년)이 2003년 발간된 '머니볼 :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만 봐도 역사는 꽤 오래됐다.

반면 축구는 과학으로 담아내기 힘든 스포츠로 여겨졌다. 한국 축구는 더 그랬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파워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심박측정기로 측정된 치밀한 데이터로 선수들의 '회복시간'을 점검했고, 이는 4강 신화의 밑그림이 됐다. 아마 히딩크 감독의 데이터 축구가 없었다면 '두 개의 심장' 박지성도 발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또한 20여년 전 이야기가 됐다. 축구도 데이터 시대다. 선수들 몸에 센서를 붙여 체력과 컨디션을 분석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훈련장에는 드론이 날아다닌다. 개개인의 속도와 패스, 선수간 간격까지 움직임을 파악해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전술에 활용된다.

각종 스마트 기기 덕분에 1분에 1만개 이상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은 아예 데이터 분석업체를 자회사로 인수했다. EPL은 또 클라우드 분석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승부 예측 가능성을 팬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정도로 변화의 파고가 거세다. 데이터를 통해 그라운드의 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장도 변모했다. 이름값과 데이터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기가 있었다. 과학보다 직감을 더 선호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운동 능력, 활동폭, 스프린트, 회복 속도, 부상 위험도 등 넘쳐나는 데이터가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


K리그도 이미 데이터 세계를 열었다. 2015년 첫 발을 내디딘 이후 2018년 7월 'K리그 데이털포털' 웹사이트를 오픈했다. 비밀은 없다. 미디어와 팬 등 누구라도 접근이 가능하며 공식 기록 뿐만 아니라 30개가 넘는 다양한 부가데이터(비프로일레븐 제공)를 통해 K리그에 색다른 맛을 선사하고 있다.

일례로 '기대득점(xG)'은 슈팅 지점 좌표, 골문과의 거리 및 각도, 패스 연결 상태 등을 AI로 분석해 성공 확률을 계수화했다. 기대득점 합계가 높으면 득점 기대 장면이 많은 선수다. 기대득점 합계가 낮음에도 실제 득점력이 좋다면 어려운 장면에서 골을 많이 만든 선수로 해석이 가능하다.


'공격 완성도(Sequence)'도 흥미롭다. 볼 소유가 시작된 지점에서 끝난 지점을 시퀀스라고 하는데, 슈팅으로 마무리되면 슈팅 시퀀스라 한다. 특정 팀의 전체 시퀀스 대비 슈팅 시퀀스의 비율로 공격 완성도를 평가할 수 있다.

골, 도움, 슈팅 등 공격 위주의 단순한 지표에서 몇 발짝 더 나아가 이제 공격은 물론 미드필더, 수비, 골키퍼 등 여러 포지션의 공헌도를 부가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팬들과 더 가까워지긴 위해선 과제는 있다. 높지 않은 활용도는 여전히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특히 부가데이터를 검색하기가 쉽지 않아 사용자 편의를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 리그의 혁신을 따라잡기 위해선 좀 더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그라운드도 팬들에게 확대, 오픈된다.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한 K리그1은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한국 축구의 근간인 K리그를 잘 몰라서 다가가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데이터 속에 그라운드의 묘미가 녹아있다. 또 데이터를 알면 K리그가 더 재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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