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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2022년이요? '레벨 업'이죠!"
울산은 그 어느 때보다 맹렬한 기세로 정상을 향해 걸어갔다. K리그는 물론이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대한축구협회(FA)컵까지 3관왕도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시즌 막판 빡빡한 일정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홍 감독은 "개인적으로 포항 스틸러스와의 ACL 4강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올해 우리 팀의 분수령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10월17일 전북 현대와 연장전을 펼쳤어요. 불과 3일 뒤 포항과 승부차기까지 치렀어요. 포항전에서 한 명이 퇴장 당한 상태로 120분 이상을 뛴 거에요. 결과를 얻지 못하며 체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힘든 상태가 됐어요. 그런데 곧바로 경기가 이어졌죠. 회복할 시간도 없었고, 회복도 잘 되지 않았어요. 만약 우리가 ACL 4강에서 결과를 얻고 결승까지 갔다면 또 다른 스토리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저 우리의 일정 운이 좋지 않았던거죠"라고 돌아봤다.
말 그대로다. 울산은 타이틀을 제외한 전 부분에서 고르게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내내 일관성 있는 플레이로 꾸준히 선두 경쟁을 벌였다. 그동안 울산의 발목을 잡았던 '전북 포비아'도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울산은 올해 전북과 다섯 차례 만나 2승2무1패를 기록했다. 선수단 사이의 '건강한' 커뮤니케이션도 긍정적이었다. 울산은 주간 회의에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선수단 대표(주장, 부주장)가 참석해 의견을 공유했다.
홍 감독은 "조직에 가장 해가 되는 게 뭔 줄 아세요? 바로 침묵이에요. 서로의 의견을 공유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제가 팀의 리더이기 때문에 결정권이 있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대한 많은 사람과 얘기를 나눠야 하죠. 올해 울산에 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이 코칭스태프 회의에 선수단을 참석시킨 거예요. 선수들이 굉장히 역할을 잘해줬어요. 침묵을 완전히 깨고 함께 의견을 조율했죠.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설영우(23) 오세훈(22) 김민준(21) 강윤구(19) 등이 홍 감독의 믿음 속 쑥쑥 성장했다. 설영우는 K리그1 시상식에서 '영 플레이어상'을 거머쥐었다. 군에서 돌아온 오세훈은 19경기에서 7골을 넣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홍 감독은 "울산에 와서 근본적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 생각에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선 충성심도 무척 중요하더라고요. 그동안 구성원들에게 '울산은 내 팀이자 내 고향'이란 마음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했죠. 궁극적으로 좋은 팀으로 가기 위해선 철학을 만들어야 해요. 그 방법 중 하나로 경쟁에서 가능성을 보인 유스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죠. 이들을 보면서 어린 선수들이 또 꿈을 가질 수 있으니 선순환이 되잖아요. 작지만 성공적인 변화였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제는 과거가 된 2021년을 돌아본 홍 감독은 새 시즌을 향해 굳은 각오를 다졌다. 그는 6일 선수단 종무식에서 '레벨 업'을 외쳤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1년 동안 함께 생활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많이 배웠다. 나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이 있다면 미안하다. 우리는 내년에 레벨 업이 돼야 한다. 경기장은 물론이고 프로 선수답게 그라운드 밖에서도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어요"라며 웃었다.
홍 감독은 울산에서 며칠 더 생각을 정리한 뒤 서울로 이동할 예정이다. 가족과 잠시 시간을 보낸 뒤 내년 1월 거제에서 새 시즌을 향한 본격 담금질에 돌입한다.
"우리 선수들에게 휴식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대표팀 일정도 있어서 얼마나 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영입도 준비하고 있어요. 내년에 전술적으로 몇 가지 바뀔 수 있죠. 우리가 내년에 레벨 업해서 더 완벽하게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죠." 울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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