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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일전 대패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대회 챔피언이었던 한국은 불과 2년만에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낯선 그림은 아니다. 한국은 2013년 대회가 시작된 이래(2013년은 22세 이하) '퐁당퐁당의 저주'에 빠졌다. 2013년 오만 대회에서 4위를 한 한국은 2016년 카타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중국 대회에서 다시 4위에 머문 한국은 2020년 태국 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이번 우즈벡 대회에서 참사를 맞았다.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둔 2016년과 2020년 대회는 모두 올림픽 예선전을 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통적으로 올림픽을 중시하는 한국축구는 2016년과 2020년 대회에 많은 공을 들였다. 병역 혜택을 의식한 K리그 구단들 역시 지원에 나섰다. 선수들도 남다른 동기부여로 무장했다. 2020년 대회를 앞두고는 각종 평가전은 물론, 11월에는 두바이컵까지 나서 경험을 쌓았다. 철저한 준비의 결과는 우승이었다.
일정도 문제였다. 리그가 진행되며, 격전지인 우즈벡에서 처음 선수들이 모여야 했다. 그나마도 나눠서 들어왔다. 완전체를 구성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평가전은 언감생심이었다. 아무리 아시아 대회라도 발 한번 제대로 맞춰보지 못하고 성적을 낼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실 4강에 올랐어도 문제였다. 몇몇 팀들은 리그 재개에 맞춰 선수들을 다시 복귀시키겠다고 요청했다. 실제 보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 과정에서 지원은 없었다. 그나마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한시적으로 22세 이하 의무 출전 룰을 빼주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팀'으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올림픽의 해에는 이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이 본선에 갈 수 있는만큼, 연속성을 갖고 '팀'으로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대회에서 한국은 항상 어정쩡한 팀구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1999년생부터 2002년생이 혼재돼 있었다. 해당 연령 최강팀도,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팀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팀이 돼 버렸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연기되며, 해당 대회 연령대인 1999년생들의 입지가 애매해지면서 더욱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사실 황 감독은 이번 대회를 두고 일본 처럼 파리올림픽 출전 연령대 선수들로 구성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파리올림픽까지 임기가 보장되지 않은만큼, 명분이 없었다. 연령별 대표팀의 시스템을 짜는 것은 협회의 몫이다. 아시아 대회-세계 대회로 이어지는 프로세스 속 각 연령별 대표팀을 어떤 목표 속 어떤 방법으로 운영할지, 명확한 비전을 세워야 한다.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 해에도 U-23 대표팀은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올림픽이 열리기 전 대회마다 실패를 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황선홍호가 겪은 참패는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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