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갈등없는 조직은 없다. 그러나 그 갈등이 자정 능력을 상실해 터졌을 때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지친' 김민재(27·나폴리)의 실상은 결국 곪은 게 터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선 몸도 풀 수 없을 정도로 한계에 다다랐다. 잠시 멈췄지만 브라질과의 16강전에 출전을 강행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이 막을 내린 후에야 비로소 "통증이 있는데 참고 뛰었다"며 웃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대표팀에 오는 길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김민재는 28일 우루과이전 후 "지금 좀 힘들고 멘탈적으로도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다. 당분간이 아니라 지금은 소속팀에서만 집중하고 싶다"며 힘겨워했다. 그리고 "(이적설 때문은) 아니다. 축구적으로 힘들고 몸도 힘들다. 대표팀보다 소속팀에서 더 신경을 쓰고 싶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김민재의 '원론적인 입장'으로 실상이 묻혀선 안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반응이 달라야 한다.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는 모두가 프로다. 프로선수는 법적으로도 '1인 사업자'다. 수평적 관계에서 상생하는 것은 불문율이다. 하지만 수직적 관계가 형성될 때는 틀이 깨져버릴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해결책도 내놓아야 한다. 다행인 점은 클린스만 감독이 현재의 갈등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달 유럽을 방문해 김민재와도 다시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또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선 대표팀의 시계도 좀 더 빨리 돌릴 필요가 있다. 첫 소집은 어쩔 수 없었다. 막 지휘봉을 잡은터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한 발도 전진하지 못했다. 이제 석 달의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 6월 두 번째 소집은 전혀 다른 무대다.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선수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의 불씨도 지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첫 출항에서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팬들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우루과이전(1대2 패)에선 '2001년생 막내' 이강인(마요르카)과 오현규(셀틱)를 통해 새 희망을 봤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퇴보한다. 클린스만 감독도 점진적인 혁신으로 대표팀을 새롭게 해야 2024년 카타르아시안컵은 물론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새 역사를 열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