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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마침내 뚫으니, 드디어 터졌다.'
강원은 26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9라운드 FC서울과의 홈경기서 이웅희의 극장골을 앞세워 3대2로 승리했다.
이로써 강원은 4무4패 이후 9경기 만에 시즌 첫 승리를 홈팬들에게 선사했다. 서울은 리그 11위 강원에 허를 찔리며 시즌 두 번째 연승 도전에 실패, 승점 16(5승1무3패)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는 이른바 '최용수 더비'. 감독으로서 서울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선수 시절 신인왕과 MVP를 거머쥐었던 최용수 감독. 그가 강원 사령탑으로 옮겨 온 뒤 두 시즌째 친정팀과 어색한 만남을 갖고 있다.
올시즌은 현재까지 정반대다. 강원이 8라운드까지 1승도 못한 채 하위권에서 맴돈 반면 서울은 상위권에서 놀고 있다. 서울은 이날 승리한다면 선수 울산 현대(승점 22) 추격권에도 들 수 있는 상황.
게다가 8라운드 현재 서울은 8경기 16골로 팀 득점 공동 2위였고, 강원은 3골, 최하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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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양 팀 상황만 그런가. 출전 선수 이름값만 보더라도 강원이 기가 죽을 만했다. 강원의 스리톱은 U-22 양현준 박상혁과 시즌 2경기째 출전한 김대우였다. 반면 서울은 윌리안-일류첸코 투톱에, 득점 공동 1위 나상호(5골) 기성용 임상협 한찬희가 2선을 받쳤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최 감독이 '상대의 요주의 선수'를 묻는 질문에 나상호, 윌리안, 일류첸코, 임상협 등을 거명하다가 한숨을 내쉬더니 "안익수 감독님 행복하겠다"고 무심코 내뱉을 정도였다.
여기에 서울은 주중경기라 황의조, 팔로셰비치를 벤치 대기시키는 로테이션을 가동했지만 강원은 마른 행주를 쥐어짠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이는 경기 전, 경기장 밖의 극과 극 분위기일 뿐이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강원이 강렬했다.
득점력 강한 서울의 예봉을 초반부터 꽁꽁 묶은 강원은 전반 24분 '작품'을 선사했다. 양현준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돌파로 상대 측면을 뚫은 데 이어 동갑(21세) 친구 박상혁에게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후방 패스를 받아 아웃프런트 원터치 방향 전환으로 상대 수비 권완규를 완전히 따돌린 양현준은 70m 가량을 폭풍 질주하며 문전까지 침투하는 등 손흥민(토트넘)의 '폭풍 드리블'을 연상케 했다.
강원은 후반 20초 만에 정승용의 절묘한 대각선 슈팅 골까지 더해 홈 경기장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이후 후반 7분과 23분 코너킥 상황에서 임상협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다 잡은 대어를 놓치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극장 승리가 아니다. 후반 추가시간 1분 이웅희가 기적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송암벌'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서울도 종료 직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골을 넣었지만 공격자 파울이 먼저여서 골 무효가 선언됐다. 쌀쌀환 냉기를 날려 보낼 만큼 홈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끝까지 멈출 수 없던 이유였다.
춘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