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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유로파리그(UEL) 결승 대진의 키워드는 '탈(脫) 토트넘'이다. 전임 토트넘 감독과 토트넘에서 퇴출된 선수가 각각 소속팀을 UEL 결승으로 이끌었다. 다음 시즌 UEL 진출권이 불투명한 토트넘으로서는 속이 쓰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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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감독은 '수비 축구'를 필두로 하는 '실리 축구'로 영광의 시대를 열었다. FC 포르투의 2003~2004시즌 UCL 우승으로 영광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첼시로 팀을 옮겼다. 1기(2004년~2007년)와 2기(2013년~2015년)에 나눠 첼시를 지도했다. 첼시에서 프리미어리그 3번, FA컵 2번, 리그컵 3번 우승을 차지했다. 인테르 밀란에서는 세리에A 2번, 코파 이탈리아 1번, UCL 1번 우승을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우승 기록은 이어갔다. 라 리가에서 1번, 코파 델레이에서 1번 우승해다. 맨유에서는 리그컵 1번, 유로파리그 1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재미없는 축구라는 오명은 있었지만, 가는 팀마다 우승컵을 선사했다.
문제는 토트넘이었다. 2019년 11월 토트넘에 부임했다. 그러나 토트넘에서는 우승을 하지 못했다. 2019~2020시즌에는 리그 6위, FA컵 5라운드, 리그컵 3라운드, UCL 16강의 성적에 그쳤다. 2020~2021시즌 역시 토트넘은 부진했다. 리그에서는 순위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FA컵도 5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리그컵은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결승전이 열리기 6일전 토트넘은 무리뉴 감독을 경질했다. 무리뉴 감독 없이 치른 결승전에서 토트넘은 맨시티에게 0대1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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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전반 5분 세비야가 결승골을 넣었다. 공교롭게도 토트넘에서 잉여자원으로 분류된 선수 두 명이 골을 합작했다.
크로스는 브리안 힐이 올렸다. 힐은 2021~2022시즌 세비야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 시즌 겨울 이적 시장 마지막 날에 발렌시아로 임대됐다. 발렌시아에서 힐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시즌이 끝나고 힐은 토트넘으로 돌아왔다. 토트넘의 한국 프리시즌 투어도 함께 했다. 그러나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힐을 믿지 못했다. 세비야로 다시 임대를 보냈다. 세비야에서 힐은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날카로운 패스와 움직임을 보였다.
연장 5분 상황에서도 힐은 왼쪽 측면을 무너뜨린 후 날카로운 크로스를 문전으로 올렸다. 올 시즌 내내 플레이메이커가 없어 고전한 토트넘이 바라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힐이 올린 크로스의 목적지는 에릭 라멜라였다. 라멜라는 2013년 여름 토트넘에 둥지를 틀었다. 8시즌을 뛰었다. 그리고 2021년 여름 세비야로 이적했다. 얄궂은 인연이 있었다. 라멜라가 세비야로 향할 때 토트넘은 그에 대한 반대 급부로 힐을 데려왔다. 라멜라와 힐의 스왑딜(2160만 파운드가 추가된)이었다. 세비야에 온 라멜라는 빠르게 적응했다. 첫 시즌 24경기에 나와 5골을 넣었다. 올 시즌 이 경기 전까지 43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중요한 순간에 득점하며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44번째 출전 경기에서 7번째 골이 나왔다. 힐의 크로스를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라멜라의 집중력이 빛난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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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라보는 토트넘의 마음을 어떨까. 토트넘은 현재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7위에 머물러 있다. 다음 시즌 UEL 진출권 확보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