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처음에는 골인 줄도 몰랐어요."
골이 들어간 순간, 벤치에 있던 박동혁 감독을 비롯한 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벌떡 일어서 서로 얼싸 안았다. 남은 추가시간이 있었지만, 이 골로 안양 선수들의 사기는 완전히 꺾여 버렸다. 승리를 결정짓는 강력한 한방이었다.
박성우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벅찬 감동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아이처럼 펑펑 울다가, 해맑게 웃기도 했다. 그는 경기 후 "아직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잘 안간다"고 말했다. 분명한 점은 박성우가 애초부터 골을 노리고 찬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슛이 아니라 공을 걷어낸 것이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라운드 사정도 안 좋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최대한 문전에 공을 붙이고 하늘에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성우는 "하늘이 도왔다. 그간 두 달 넘게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힘들게 준비한 덕분인 것 같다"면서 "사실 나는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선수도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팀을 위해 헌신하던 선수였다. 하지만 선수라면 늘 상상하고 꿈을 갖고 있다. 인터뷰 자리에서 주인공이 된 모습을 꿈꾸곤 한다. 그게 바로 오늘이 이뤄져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성우는 "눈물도 나고 행복해서 웃음도 나고 참 묘했다. 꿈만 같은 순간이다. 선수 생활에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올해 특히 힘든 시간이 길었는데, 그래도 잘 준비한 덕분인 것 같다. 또한 뒤에서 묵묵히 기다려준 가족들 특히 올해 말 결혼을 앞두고 혼자 준비하고 있는 예비 신부 여자친구에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면서 "오늘이 인생경기라기 보다는 팀이 이겨서 행복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해맑은 미소가 계속 달려 있었다.
아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