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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군사훈련의 여파일까, 아니면 성장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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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투헬 감독은 "계획을 실행하고 공간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실수도 너무 많았다. 경기가 너무 느리고 정적이었다. 엉성한 수비도 있었다. 그래도 후반에는 더 좋아졌다. 정신력, 경기 속도, 투지 등이 나아졌다. 우리가 돌아올 자격이 있었던 이유"라고 했다. 독일 키커는 '투헬 감독이 선제 실점 상황에서 뮌헨의 수비 듀오인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투헬은 "김민재는 일대일로 나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우파메카노는 김민재를 지키는 걸 고사하고, 나가서 공간을 내줬다"라고 둘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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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우스가 친 김민재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비판이다. 그는 김민재가 바이에른행을 확정짓기 전인 지난 6월 개인 칼럼을 통해 '김민재는 정말 좋은 이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테우스는 '김민재는 정말 좋은 이적이다. 그는 나폴리에서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고, 그 이유만으로도 그는 바이에른에 매우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뤼카 에르난데스 대신 바이에른에 합류하는 김민재가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 기대했다.
지난 7월 구단 역사상 세번째로 높은 금액인 5000만유로에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는 군사 훈련 여파에도 불구하고, 프리시즌부터 출전 시간을 늘리며 기대를 모았다. 라이프치히와의 슈퍼컵(0대3 패)에서 교체투입돼 공식 데뷔전을 치른 김민재는 리그가 개막한 후에는 부동의 센터백으로 활약 중이다. 베르더 브레멘과의 개막전(4대0 승)에서 선발로 나서 67분을 소화한 김민재는 이어 아우크스부르크와의 홈개막전(3대1 승)에서 80분을 뛰었다. 이어 묀헨글라드바흐와의 3라운드(2대1 승)에서 바이에른 입단 후 처음으로 풀타임 경기를 소화했다. 김민재는 서서히 출전시간을 늘리며 컨디션을 더욱 올리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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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유럽에서 진행된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A매치 2연전을 소화한 김민재는 다시 바이에른의 괴물로 변신했다. 초반 선두 경쟁의 분수령으로 꼽힌 레버쿠젠전(2대2 무)에서도 90분을 모두 뛴 김민재는 주중 맨유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4대3 승)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하며,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김민재는 매경기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맨유전에서는 좋은 모습으로 '카이저'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카이저는 바이에른의 절대적인 레전드, 프란츠 베켄바우어가 갖고 있는 별명이다. 그만큼 확실한 수비의 핵으로 자리매감하는 분위기였다.
김민재는 보훔전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김민재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패스 성공 76회, 패스 성공률 94%, 클리어링 10회 등 단단한 수비력을 입증했다. 파트너를 마타이스 데 리흐트와 우파메카노로 바꿔가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수비력을 펼쳤다. 바이에른은 투헬 감독 체제 하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치며 7대0 대승을 거뒀다. 김민재의 활약에 대해서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하지만 라이프치히전 부진으로 김민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은 가까스로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팀을 새롭게 정비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이 중앙 수비였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은 데 리흐트를 축으로 우파메카노와 벤자민 파바르가 중앙을 지켰다.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에르난데스는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바이에른은 에르난데스와 파바르를 정리하고 새로운 수비수 영입를 데려오고 싶어했다. 그게 김민재였다. 바이에른은 김민재 영입에 열을 올렸다. 빌트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김민재와 직접 화상통화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철 박주호 등과 함께 한 바 있는 투헬 감독은 이같은 사실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스타가 즐비한 바이에른은 최고 수준의 대우를 아끼지 않으며 김민재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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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헬 감독은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다. 키도 크고 스피드도 빠르다"고 칭찬하면서 "이곳에 와서 정말 행복하다. 김민재와 몇 번 영상통화를 했다. 그는 이미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를 사랑한다"라며 "그는 너무 침착하고, 바르다. 그의 표정, 멘탈, 게임, 패스까지 너무 루즈하지도 않고, 높지 않으며, 특이하지도 않다. 이는 내가 빌드업에서 정확히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좋다"고 했다. 이어 "김민재에게 원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말 좋다. 그의 수비는 매우 용감하고 빠르다. 팀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김민재는 항상 어깨 너머로 도울 수 있는 곳을 찾는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아쉬운 경기로 인해 기류가 바뀌는 분위기다. 김민재를 향해 찬사 일사였던 독일 언론의 반응도 비슷하다. 바이에른 입장에서 김민재의 활약은 대단히 중요하다. 바이에른은 올 시즌 절치부심하며 트레블을 노리는데 수비의 역할이 중요하다. 데 리흐트가 보훔전 무릎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팀에 복귀할 가능성이 생긴 보아텡 역시 당장 경기를 나설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리흐트의 경우 , 무릎 부상으로 아직까지 고통이 크며, 무릎을 제대로 움직이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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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일수도 있다. 분데스리가는 앞서 언급한 튀르키예, 이탈리아와는 또 다른 무대다. 압박의 강도가 남다르다. 바이에른이 좋은 팀이기는 하나, 풀어가는 스타일도 다르다. 공격적인 수비를 했던 이전 팀과 달리, 지금 투헬 감독의 스타일은 김민재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야생마처럼 여기저기를 누비며 공격적인 수비를 했던 것과 달리,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후방에서 주로 지키며 커버를 하는데 주로 쓰고 있다. 김민재가 이 역할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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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는 2022~2023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민재는 지난 여름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레전드' 칼리두 쿨리발리를 첼시로 보낸 나폴리는 대체자로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한 시즌 동안 최고의 모습을 보인 '한국인 센터백'을 낙점했다. 나폴리는 바이아웃인 2000만유로를 지불하며, 스타드 렌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던 김민재를 하이재킹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영입했다.
이 선택은 결국 최고의 한 수가 됐다. 생소한 왼쪽 센터백으로 선 김민재는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하며 빠르게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9월 김민재는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뽑혔다. 2019~2020시즌부터 시상한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아시아 국적 선수가 선정된 것은 김민재가 최초였다. 10월에는 이탈리아 축구선수협회 선정 이달의 선수상 영광을 안기도 했다. 초반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며 '철기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리그 35경기에 출전한 김민재는, 각종 통계 사이트에서 세리에A 센터백 중 평점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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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의 맹활약 속 나폴리는 33년만에 감격스러운 리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나폴리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레전드' 고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하던 1986~1987시즌, 1989~1990시즌 이후 세 번째다. 김민재는 한국인 최초로 스쿠데토를 차지했다. 유럽 5대 리그 기준으로, 한국인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맨유의 박지성, 바이에른 뮌헨의 정우영 이후 세번째다. 수비수로는 첫 번째 우승이다. 아시아 선수가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한 것도 2000~2001시즌 AS로마의 나카타 히데토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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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롱도르는 기본적으로 공격수에게 유리하다. 수비수가 발롱도르를 차지한 것은 2006년 파비오 칸나바로가 가장 최근이다. 이후 버질 판 다이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수상에 실패했다. 이번 30명의 후보 중에서도 과반에 해당하는 무려 15명이 공격수였다. 케빈 더 브라이너, 자말 무시알라, 마르틴 외데가르 등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포함시키면 숫자는 훨씬 많다.
당장 이번 명단에 포함된 수비수는 김민재를 포함해 단 3명 뿐이다. 맨시티의 트레블을 이끈 후벵 디아스와 '천재 수비수' 요슈코 그바르디올 뿐이다. 김민재의 활약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민재가 과연 위기를 딛고 다시 올라갈 수 있을지, 그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시점임에 분명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