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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루니의 맨유가 루니에게 당했다.'
그렇지 않아도 EPL 정규리그에서 종전 시즌과 정반대의 성적으로 에릭 텐하흐 감독 경질설, 내부 불화설이 끊이지 않는 등 최악의 시간을 보내던 맨유다.
오명의 역사도 작성했다. 맨유가 UCL 무대에서 2-0 리드한 경기에서 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맨유가 이날 패배로 올시즌 초반 17경기에서 9패째(컵대회 포함)를 했는데, 마지막으로 강등됐던 1973~1974시즌 이후 처음이라는 통계까지 나왔다. 50년 만의 대굴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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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교체 투입으로 출전한 바르다지는 후반 42분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17세358일 만에 UCL 무대에서 터뜨린 생애 첫골이다. UEFA 공식 사이트는 이날 '새로운 기록이 탄생했다'면서 '바르다지는 UCL 무대에서 맨유를 상대로 득점을 기록한 사상 최연소 선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맨유가 풋내기 미성년 선수에게 단단히 한방 얻어 맞은 것.
그나마 여기서 끝났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았다. 맨유는 코펜하겐 현장에서 또다른 수모를 맛봤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바르다지가 결승골을 넣었을 때 코펜하겐 홈 관중은 "루니"를 연호했다. 맨유의 전설 웨인 루니(38)를 연상케 하는 구호였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맨유가 적지에서 통한의 골을 허용한 뒤 레전드의 대표 구호까지 듣는 조롱을 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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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하부리그 버밍엄시티를 지휘하고 있는 루니는 맨유에서 총 253골을 넣었던 맨유의 자존심이자 전설이다. 하필 둘의 이름과 성이 겹치는 바람에 발생한 맨유의 수모극이었다.
그런가 하면 바르다지는 빅클럽이 탐을 내는 선수로 일약 떠올랐다. 축구 전문매체 '팀토크'는 이날 '첼시가 바르다지 영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르다지는 1주일 뒤 18세가 되면 잉글랜드 등 해외로 이적할 자격을 갖추게 된다. 코펜하겐은 현재 바르다지와 다음 시즌 종료까지 계약한 상태이지만 좋은 조건이 들어올 경우 이적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는 이를 위해 730만파운드 가량의 이적료도 준비할 수 있다고 한다. 첼시 구단은 최근 소유주가 바뀌면서 장기적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지난 2021년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시절에도 바르다지를 눈여겨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앞서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이 바르다지 영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번 맨유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안긴 바르다지의 주가는 상승 곡선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고국 스웨덴을 떠나 코펜하겐 구단에 입단한 바르다지는 그동안 네덜란드 1부리그에서 64경기에 출전해 14골을 기록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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