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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러다가 '한국 축구의 미래'가 무너질 수도 있다.
한창 더 공격력을 날카롭게 가다듬어야 할 시기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건 기량 발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PSG에서 탈출하는 방안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듯 하다.
프랑스 유력매체 레 퀴프는 22일(이하 한국시각) '엔리케 감독이 낭트전 사전 기자회견 때 이강인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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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 감독도 이런 우려를 모르는 게 아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이강인에게 이상적인 포지션은 아니라는 건 안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다 편안한 포지션에서 뛸 수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뛰어보는 게 정신력 측면에서 많은 걸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변명에 가까운 말이다. 단지 정신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강인에게 팀을 위해 희생하라는 요구를 하는 말에 불과하다. 엔리케 감독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국은 선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포지션에서 뛰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하면 선수도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또한 다분히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말에 불과하다. 이강인의 희생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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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엔리케 감독은 이 같은 방안을 실행에 옮겼다. 지난 20일 열린 2024~2025 리그1 30라운드 르아브르와의 홈경기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73분을 소화하게 했다. 르아브르는 강등권에 있는 팀이다. 리그1 무패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PSG 입장에서는 별로 부담이 없는 상대지만, 그렇다고 주전을 쓰기는 아까운 경기다.
이강인은 이제 딱 이런 비중의 매치에 출전했다. 그것도 자신의 원래 위치가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왔다.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팀의 2대1 승리에 나름 기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런 식의 경기는 이강인의 커리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강인으로서는 적극적인 어필을 통해 자기 포지션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팀내 입지상 자기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엔리케 감독에게 순종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꾸준히 나가면서 입지 변화를 노리는 것이다. 공격수로서의 감각이 떨어질 수 있고, 이렇게 한다고 해도 엔리케 감독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장점은 꾸준히 경기에 나올 수도 있다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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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적도 PSG가 발목을 잡는다면 성사되기 어렵다.
이강인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현재로서는 그리 쾌청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