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전북 현대의 모습이다.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면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겨우 살아남는 굴욕을 겪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전북은 K리그1에서 적수가 없는 팀으로 탈바꿈 했다. 리그 일정 절반을 넘긴 현재 승점 45로 2위 대전 하나시티즌(승점 35)과의 격차를 벌린 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전북이 시즌 내내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K리그1 개막 후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부터 시행착오가 드러났다. 시드니FC(호주)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2 8강 1, 2차전을 모두 내주고, 이 사이에 치른 울산 HD, 강원FC와의 K리그1 경기에서도 연패하는 등 4연패에 빠졌다. 매 경기 실점하는 수비라인과 측면 돌파와 크로스-헤더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 문제가 거론됐다. 포옛 감독은 시즌 초반 내놓았던 라인업을 전면 수정했고, 그 결과 시작된 무패는 어느덧 17경기째가 됐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이 한때 국가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던 거스 포옛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길 때만 해도 기대보단 우려의 시선이 컸다. K리그의 환경 속에서 불가피한 적응기와 지난해 바닥을 쳤던 전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구성 등 다양한 불안요소가 꼽혔다. 무엇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프랑스 리그1, 그리스 대표팀 등 유럽에서 주로 활약했던 그가 과연 자신의 고집을 쉽게 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포옛 감독은 연패 과정에서 드러난 실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선수단 변화를 주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시즌 초반 기용했던 이승우(27) 이영재(31) 대신 '미완의 대기'로 꼽혔던 김진규(27) 강상윤(21)을 세웠고, 박진섭(30)의 포지션 변화, 홍정호(36) 선발 기용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들 모두 전북 무패의 탄탄한 기반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옛 감독의 전술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무패 과정을 들여다보면 전북은 4-3-3 포메이션과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피로누적, 카드 트러블에 의한 로테이션 정도가 포옛 감독이 주고 있는 소소한 변화다. 이럼에도 17경기 무패를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신뢰다. 이승우는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스쿼드 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선수들이 지난 시즌 부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감독님도 심리적인 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팀이 한때 어려운 시기(4연패)를 겪기도 했지만, 감독님이 선수들을 끝까지 믿어준 덕분에 지금의 결과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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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안에서 결과를 내는 건 선수들의 몫이다. 하지만 선수라는 재료를 잘 버무려 결과를 낼 수 있는 최상의 레시피를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포옛 감독이 부임 후 6개월 동안 보여주고 있는 전북의 모습은 그가 왜 명장 타이틀을 달고 있고 대표팀 차기 감독감으로 거론됐는지를 증명하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