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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저는 시한부 감독입니다."
당시 간신히 탈꼴찌(13위)였던 충북청주는 그러잖아도 객관적 열세 전력 구성에 '부상 병동'이었고, 감독 사퇴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데 부산전(6월22일·2대2 무) 연패 탈출을 시작으로 전남전(6월29일·2대2 무)서도 무패 행진을 하더니 지난 5일 서울이랜드와의 19라운드서는 2대1 역전승으로 리그 10경기 만에, 시즌 첫 홈경기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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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충북청주의 숨은 비결로 최 대행의 '강단(剛斷) 축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이른바 '시한부 감독'이다. A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서 K리그 규정에 따라 최대 60일간 감독대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식 감독직 수행이 가능한 P급 자격증을 아직 보유하지 못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진작에 'P급'에 도전했지만 아직 젊은 나이여서 대한축구협회의 P급 지도자 연수 요건을 충족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흔히 감독대행은 임시로 맡아 성과를 거두면 감독 승격을 노릴 수 있다지만, 최 대행에겐 그런 희망도 없다. 그런 처지가 오히려 배짱을 키워 준 '약'이 됐다. 최 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뒤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한 경기 만에 수비수↔미드필더 포지션이 바뀌는가 하면 전술도 수시로 변경한다. "영원한 주전은 없다. 경쟁에서 이긴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는 게 최 대행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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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행은 "처음엔 수비에 소홀한 용병들에게 실망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제가 그 선수들에게 수비를 강조하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그렇게 또 배웠다"면서 "이후 1주일간 외국 선수들의 수비훈련을 죽도록 시켰는데 효과가 났다"며 웃었다.
그가 이처럼 강단있는 지휘를 하게 된 데에는 어차피 임기가 정해진 이상 '더 잃을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다'는 추진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 대행은 "선수들의 숨은 능력 발굴과 최적의 역할을 찾아주기 위해서는 '총대'를 메는 심정으로 과감한 변혁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구단은 현재 후임 감독 선임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일 리그 2위 수원 삼성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최 대행은 "어차피 매경기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왔다. 신임 감독께 체질개선 잘 된 팀을 인계하는 게 목표"라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