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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영원한 라이벌'은 상호 발전과 협력을 노래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1994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출전 당시 한국과의 인연도 떠올렸다. 그는 "당시 히로시마에서 동료로 뛰던 노정윤이 한국 대표팀 소속이었다. 한국은 요리사가 팀과 동행해 호텔에서 한식,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그때 일본은 그런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출국 전 음식을 가져온 정도"라며 "노정윤이 '그렇게 해선 밥 많이 못 먹는다'며 김치를 가져다 줘 일본 대표팀에 나눠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당시 최종예선에 출전한 6팀 모두 한 호텔에서 머물렀다. 우리는 초반 기세가 좋았지만 이후 심적으로 쫓기고 있었다. 반면 일본은 기세가 오른 채 한국전을 치렀다. 결국 패해 위기에 몰렸지만, 운이 좋아 결국 본선에 갈 수 있었다"며 "일본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일본도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을 것이라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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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시절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졌던 두 지도자의 철학도 비슷했다. 홍 감독은 "팀을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선 좋은 선수들을 많이 모으는 게 중요하다. 각자 생각, 경험은 다르지만 그들이 어떤 자세로 임하고 얼마나 헌신적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기술적인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선수인지, 팀을 위해 어떻게 헌신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강팀을 이기기 위해선 팀의 힘이 중요하다. 많은 이들은 스타에 주목할 수 있지만, 모리야스 감독처럼 팀을 위해 헌신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결국 승리를 만든다. J리그 시절 '팀을 위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좋은 팀은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는 선수들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유니폼 뒷면의 등번호와 이름을 위해 뛰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앞면의 엠블럼, 국기가 가진 사명감을 갖고 싸워야 한다는 걸 선수들이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홍 감독의 생각과 거의 같다. '화합'이라는 원칙 아래 조직적으로 싸우는 팀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며 "조직은 개인으로 구성되는 만큼 각각의 가치관을 존중하지만, 가장 먼저 묻는 건 항상 '팀을 위해, 동료를 위해, 일본을 위해 싸울 수 있는가'다. 이를 바탕으로 화합과 상호존중을 실천할 수 있는지도 보고 있다. 홍 감독은 선수 시절 말과 행동으로 팀과 소통할 수 있는 주장이었다. 한국 대표팀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스스로 해야 할 일과 팀을 위한 일을 모두 할 수 있었던 훌륭한 선수였다. 이런 선수들이 많이 키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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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으로 불리는 한국과 일본. 한-일전은 '숙명의 대결'이란 타이틀이 매번 따라 붙는다. 모리야스 감독은 "한국은 동료이자 경쟁자다. 단순히 경쟁하는 관계가 아닌, 이웃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수준을 높여 나아갈 수 있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아시아를 이끌어 가는 동료"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전은 아마 세계적으로 가장 압박감이 높은 승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며 "앞으로 두 나라가 세계에서 싸우기 위해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 (홍 감독과 함께) 주어진 시간은 (북중미월드컵까지) 1년 뿐이지만, 그 1년 동안 서로 미래로 이어질 만한 것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일본은 나를 축구인으로서 성장시켜준 나라다. 기술적, 전술적으로 탄탄하지 않으면 경쟁할 수 없다는 걸 일깨워줬다"며 "일본의 성장은 한국에게도 하나의 동기부여였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성장해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며 "프랑스월드컵 예선 일본전 홈 경기 때 관중석에 '함께 프랑스에 가자'는 현수막이 걸린 적이 있다. 2002 월드컵 때 한국이 16강, 8강, 4강에 오를 때마다 일본에서 많은 이들이 응원해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일들을 잊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