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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선수들 존재감 부족…지소연 "옆에서 더 강하게 푸시하겠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16일 끝난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에서 우승했다.
세계적인 강호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참가국 4개 팀 중 1위에 오르며 여자부가 신설된 2005년 대회 이후 2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10월 선임돼 불과 9개월 만에 우승을 지휘한 신상우 감독은 더 탄탄해진 입지 위에서 팀을 이끌게 됐다.
내년 3월 호주에서 열리는 여자 아시안컵과 2027 브라질 여자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했다.
지소연(시애틀 레인), 김혜리(우한), 장슬기(한국수력원자력), 이금민(버밍엄시티) 등 30대 베테랑들은 '황금세대'라 불리고도 단 한 번의 우승을 이루지 못한 한을 제대로 풀었다.
어린 후배들은 일찍 우승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확 끌어올렸다.
다만, 이번 대회 경기 내용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대표팀이 여전히 지소연 등 베테랑들에게 너무 의존하는 축구를 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임 콜린 벨 감독 시절부터 본격화해 신상우 감독이 이어받은 세대교체 작업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우승의 징검다리가 된 중국전에서의 두 차례 추격골이 모두 베테랑인 지소연과 장슬기의 발끝에서 나왔다.
일본전에서 19세 정다빈(고려대)이 천금 같은 1-1 동점골을 넣으며 주목받았으나 대만전에서는 부족한 결정력을 노출하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혼혈 기대주 케이시 유진 페어 역시 선발로는 대만전에만 나서서 45분만 뛰고 교체됐다.
수비진에서도 중앙수비는 물론이고 때로는 측면 공격에까지 가담한 최고참 김혜리의 존재감이 어린 후배들을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지소연과 김혜리, 장슬기 등은 이제 언제 은퇴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이들의 부담을 덜고 어린 주축 선수들을 새롭게 키워내야 한국 여자 축구는 국제대회에서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여자축구계가 이 문제를 인식한 지는 오래다. 신상우 감독 체제 들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욱 많이 주며 세대교체의 속도를 올리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누구보다 답답해하는 '언니'들은 어서 후배들이 자신을 넘볼 수준으로 실력을 키워 당당히 도전해오기를 바란다.
대만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은 지소연은 원래 페널티킥을 책임질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후배 중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지소연은 "앞으로 페널티킥, 프리킥을 찰 키커 후배가 더 나와줬으면 한다"면서도 "그런데 훈련 때 보니 딱히 잘 차는 선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후배 공격수들의 저조한 결정력에 대해서는 "이제 스무살 안팎의 어린 선수들이다 좀 더 보완한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옆에서 더 강하게 푸시(압박)해야 한다"면서 "결국 개개인이 강해져야 대표팀도 강해진다. 다음 11월 A매치 때엔 더 성숙한,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h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