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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사임이 아닌 해임이었다.
레비 회장의 뒤를 이은 채링턴은 "이 특별한 클럽의 비상임 회장이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사회를 대표해, 수년간 클럽에 헌신과 충성을 다한 다니엘과 그의 가족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클럽의 경기장 안팎에서 새로운 리더십의 시대가 열린다. 최근 몇 달 동안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제 우리는 비나이와 그의 임원진이 이끄는 재능 있는 인재들을 지원하고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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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들이 경쟁하듯 EPL 클럽들을 인수하며, 물쓰듯 돈을 쓰는 가운데, 토트넘은 다른 행보를 보였다. 레비 회장의 철저한 계산 하에 토트넘은 매우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성적까지 냈다.
하지만 암도 있었다. 재정적 안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우승에 대한 야심을 보여주지 못했다. 25년간 16명의 감독 교체, 단 2번의 우승은 레비 시대를 보여주는 숫자다. 레비 회장은 승부처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팬들로 부터 야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장 올 여름만 하더라도 모건 깁스-화이트 영입에 실패한데 이어 거의 다 잡은 듯 했던 에베레치 에제도 '철천지 원수' 아스널에 뺏겼다. 이전에는 윌리안, 잭 그릴리쉬 등이 레비 회장의 소극적인 태도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선수 영입에는 소극적이었지만, 감독 교체에는 적극적이었다. 글렌 호들을 시작으로 무려 16명의 감독이 함께 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17년간 이어진 무관의 한을 끊어낸 것이 유이한 소득이었다. 토트넘은 앞서 2008년 리그컵 우승을 차지한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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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루이스 가문이 칼을 빼들었다. 5일 디어슬레틱은 '구단은 사임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루이스 가문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레비 회장은 목요일 구단을 떠나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채링턴에게 키를 맡겼다'고 했다. 루이스 가문의 관계자는 "우리는 팬들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승리를 원한다. 최근 새로운 리더십이 도입됐다. 우리는 올바르게 팀을 지원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라고 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토트넘의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토트넘은 '구단의 소유권이나 주주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지만, 2024년 4월 발표된 2022~2023시즌 구단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레비 회장은 "잠재적 투자자들과 지분 매각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토트넘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40억 파운드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현지는 전망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