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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민아, 나도 나왔어' 25년만에 토트넘과 작별한 레비 회장, '사임' 아닌 '해임'이었다

기사입력 2025-09-05 12:11


'흥민아, 나도 나왔어' 25년만에 토트넘과 작별한 레비 회장, '사임'…
사진=스카이 스포츠

'흥민아, 나도 나왔어' 25년만에 토트넘과 작별한 레비 회장,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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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사임이 아닌 해임이었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네일 레비 회장이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토트넘은 '레비가 25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며 '승계 계획의 일환으로 최근 몇 달 동안 주요 인사를 임명했다. 전 아스널 최고경영자(CEO)였던 비나이 벵카테샴을 새로운 CEO로 영입했다. 피터 채링턴이 이사회에 합류해 새로 신설된 비집행 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조직 개편의 목적에 대해 "클럽이 장기적으로 스포츠적 성공을 거두도록 보장하려는 우리의 야심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레비 회장 역시 고별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경영진과 모든 직원들과 함께한 성과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 클럽을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하는 강호로 만들었다. 그 이상으로, 우리는 공동체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어 "릴리화이트 하우스와 홋스퍼 웨이에서 함께한 팀, 수많은 선수와 감독들과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며 "그동안 나를 지지해준 모든 팬들에게 감사한다. 여정이 늘 쉽지만은 않았지만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앞으로도 나는 이 클럽을 열정적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레비 회장의 뒤를 이은 채링턴은 "이 특별한 클럽의 비상임 회장이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사회를 대표해, 수년간 클럽에 헌신과 충성을 다한 다니엘과 그의 가족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클럽의 경기장 안팎에서 새로운 리더십의 시대가 열린다. 최근 몇 달 동안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제 우리는 비나이와 그의 임원진이 이끄는 재능 있는 인재들을 지원하고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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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레비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토트넘의 얼굴이었다. ENC 그룹이 토트넘 대주주가 된 후 조 루이스 구단주는 레비 회장에게 전권을 일임했다. 2001년 토트넘의 수장이 된 레비 회장은 계획적인 움직임으로 토트넘을 빅클럽으로 성장시켰다. 레비 시절, 토트넘은 무려 18번이나 유럽 대항전에 출전했다.

무엇보다 토트넘에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10억파운드(약 1조9000억원) 규모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을 건설한 것은 최대 업적이었다. 경기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며, 콘서트·NFL 경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유치해 막대한 비축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점에서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실제 토트넘은 전 세계에서 수익으로 10위 안에 드는 거대 클럽으로 발돋움했다. 엔필드의 홋스퍼 웨이에 위치한 훈련장 역시 엄청난 수준이다.

거부들이 경쟁하듯 EPL 클럽들을 인수하며, 물쓰듯 돈을 쓰는 가운데, 토트넘은 다른 행보를 보였다. 레비 회장의 철저한 계산 하에 토트넘은 매우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성적까지 냈다.

하지만 암도 있었다. 재정적 안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우승에 대한 야심을 보여주지 못했다. 25년간 16명의 감독 교체, 단 2번의 우승은 레비 시대를 보여주는 숫자다. 레비 회장은 승부처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팬들로 부터 야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장 올 여름만 하더라도 모건 깁스-화이트 영입에 실패한데 이어 거의 다 잡은 듯 했던 에베레치 에제도 '철천지 원수' 아스널에 뺏겼다. 이전에는 윌리안, 잭 그릴리쉬 등이 레비 회장의 소극적인 태도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선수 영입에는 소극적이었지만, 감독 교체에는 적극적이었다. 글렌 호들을 시작으로 무려 16명의 감독이 함께 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17년간 이어진 무관의 한을 끊어낸 것이 유이한 소득이었다. 토트넘은 앞서 2008년 리그컵 우승을 차지한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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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불만은 경기장 밖 시위로 이어졌다. "우리의 경기는 영광을 위한 것, 레비의 경기는 탐욕을 위한 것", "24년, 16명의 감독, 트로피 1개 - 변화를 원한다"는 플래카드는 레비 회장을 향한 토트넘 팬들의 적대심을 보여주는 문구였다.

결국 루이스 가문이 칼을 빼들었다. 5일 디어슬레틱은 '구단은 사임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루이스 가문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레비 회장은 목요일 구단을 떠나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채링턴에게 키를 맡겼다'고 했다. 루이스 가문의 관계자는 "우리는 팬들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승리를 원한다. 최근 새로운 리더십이 도입됐다. 우리는 올바르게 팀을 지원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라고 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토트넘의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토트넘은 '구단의 소유권이나 주주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지만, 2024년 4월 발표된 2022~2023시즌 구단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레비 회장은 "잠재적 투자자들과 지분 매각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토트넘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40억 파운드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현지는 전망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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