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올해 '커리어하이'를 찍은 제주 SK의 '잔류 요정' 김승섭(29)의 입은 드리블 속도만큼이나 거침이 없었다. 김승섭은 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2부)과의 '하나은행 K리그 2025'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서 전반 55초 결승골을 터뜨리며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K리그1 11위에 처져 승강 PO에 돌입한 제주는 1차전 1대0 승리를 묶어 합산 스코어 3대0으로 승리하며 잔류에 골인했다.
10월 군 전역 후 원소속팀인 제주로 돌아온 김승섭은 초반 세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못 보였지만, 팀이 다이렉트 강등을 피한 울산 HD와의 38라운드 최종전서 결승골을 뽑더니, 승강 PO에서도 사실상 잔류에 쐐기를 박는 귀중한 골을 터뜨렸다. 수훈 선수로 만난 김승섭은 '제주 잔류 지분이 얼마나 되는 것 같은가'란 질문에 "적어도 50% 정도는 되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이런 경기는 의욕만 앞선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개인보단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형들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베테랑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018년 대전하나에서 프로 데뷔해 2023년부터 제주에서 활약 중인 김승섭은 2024년 김천 상무에 군 입대하기 전까진 '발 빠른 측면 공격수' 정도로 평가받았다. 올해 김천과 제주 소속으로 총 9골을 터뜨리기 전까진 한 시즌에 6골을 넘긴 적이 없다. 김천에서 정정용 감독을 만난 김승섭은 그야말로 축구에 눈을 떴다. 빠른 스피드에 적극적인 슈팅 능력을 더해 리그 정상급 측면 공격수로 도약했다. K리그1 베스트11 후보에도 올랐으나 송민규(전북)에게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김승섭은 "군 생활을 하면서 성장했다. 다들 알다시피, 군대에선 할 게 없다보니, 운동만 했다"며 "정정용 감독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감독님 밑에서 새로운 축구를 배웠다. 베스트11에 든다면 시상식에서 정 감독님에 대한 얘기를 말하려고 했다. 이 자리를 통해 정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입대 전엔 크게 벌려서 플레이하는 측면 공격수였다. 더 명확하게는 장점이 스피드 하나였다. 김천에선 빌드업 축구가 무엇인지 배웠다. 측면 공격수가 안으로 좁혀 들어와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걸 느꼈고, 하프 스페이스, 포지셔닝, 위치 선정, 스위칭 플레이 등도 정 감독님에게 배웠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하는 법을 익혔다"라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기자회견 분위기에서 '그럼 더 발전할 수 있고 연봉도 많이 준다면 상무에 또 입대할 수 있겠느냐'라는 짓궂은 질문이 나왔다. 이에 "부대 생활도 포함인가"라고 재치있게 반문한 김승섭은 "부대 생활은 빼놓고, 그런 축구를 다시 한다면 몇 년이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선수 은퇴한 구자철 현 제주 유스 어드바이저는 "다음 시즌 김승섭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최고의 선수에겐 기운같은 게 존재하는데, 이날 김승섭의 슈팅이 수비 다리에 맞고 굴절되어 득점이 되는 모습을 본 구자철은 김승섭이 정상급 선수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확신했다. 김승섭은 "올해 목표는 국가대표 발탁이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이 얼마 남지 않아 (대표팀 승선이)쉽진 않겠지만, 계속 노력하겠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님이 많은 경기를 보고 (최종 엔트리를)선택하실 것 같은데, 희망을 잃지 않고 국가대표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