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탈락 위기에 내몬 카보베르데의 돌풍 뒤엔 중국의 외교 지원이 있었다.
파울로 도스 산토스 카보베르데축구협회 부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을 '형제'이자 '친구'로 호칭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우리 국립경기장(이스타디오 나시오날 데 카보베르데)은 중국 정부가 선물한 것이다. 중국 건설회사가 지었다. 지금도 25명으로 구성된 중국 팀이 경기장의 조명과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스타디오 나시오날 데 카보베르데는 중국 정부의 '경기장 외교'의 일환으로 카보베르데 수도 프라이아에 1만5000석 규모로 건립됐다.
인구 52만에 불과한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인 카보베르데는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이후 오랜기간 국제규격에 맞는 축구장이 없어 월드컵 예선 등 국제 경기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14년, '우리 경기장'을 갖게 된 카보베르데는 유소년 육성, 주요 선수 해외 진출 등 장기적인 대표팀 발전 계획을 수립한 끝에 북중미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호세 마리아 네베스 카보베르데 대통령은 카보베르데가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깜짝 0대0 무승부 거둔 날,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코트디부아르에는 중국 자금으로 건설된 경기장이 세 곳이나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이번 월드컵에서 에콰도르를 1대0으로 꺾고 아프리카팀 최초로 승리를 거둔 팀이 됐다"며 "중국은 2010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 개최국이었던 앙골라에도 경기장을 건설했다. 탄자니아에는 6만명 수용 규모의 벤자민음카파 경기장을 건설했고, 아루샤에도 또 다른 경기장을 건설 중이다. 우간다의 만델라국립경기장도 중국 자금으로 건립되었다"라고 아프리카 축구에 중국이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네베스 대통령은 이어 "중국의 경기장 외교가 가장 극적인 성과를 거둔 곳은 카보베르데인 것 같다. 국립 경기장 외에도 중국은 국회 의사당, 수도의 주요 정부 청사, 포일라오댐 등 여러 건설 프로젝트를 지원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특히 포일라오댐이 농업, 축산업 및 농식품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산토스 부회장도 "중국은 카보베르데에 병원 두 곳을 지어주고, 많은 의료 물품을 기증했다. 정기적으로 의료진을 파견하고 있다"며 "6월 말, 네베스 대통령은 중국 대사와 만찬을 갖고 월드컵 이후 양국 국가대표팀간 친선경기를 확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대표팀 유니폼 역시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고 밝힌 산토스 회장은 "내 딸이 캘리포니아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딸의 룸메이트가 중국인 여학생이다. 그 아이는 애틀랜타에서 열린 우리의 첫 경기를 함께 관람했다"며 "중국팬들이 있다는 건 우리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중국 인구의 단 1%만 카보베르데를 응원해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팬층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카보베르데는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컵 무대에 데뷔해 깜짝 32강 진출을 일궜다. 불혹의 수문장 보지냐의 눈물과 카보베르데 선수들의 분투기는 전 세계 축구인들에게 큰 감동을 선물했다. 보지냐의 어머니가 비자 문제를 해결해 미국에서 아들의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도 중국 사업가 린지의 도움 때문으로 알려졌다. 카보베르데는 4일 아르헨티나와의 32강전에서 연장 혈투를 벌였다. 두 번이나 동점골을 만드는 전력을 선보였지만, 결국 한끗 차이로 패하며 탈락 고배를 마셨다.
산토스 부회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24년째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 중국 축구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축구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많은 국가들이 스타 선수 영입에 막대한 투자를 하지만, 정작 유소년 아카데미와 장기 계획엔 소홀하다"며 "중국은 인구가 많다. 중요한 건 스카우팅을 통해 최고의 유망주를 발굴하고, 그들이 전문 훈련센터에서 공부하고 훈련할 수 있또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면 5년, 10년 후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세대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10년 전에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재 주전 5명이 그 시스템 하에서 성장한 선수들이다. 마법같은 비결은 없다. 오직 꾸준한 노력, 철저한 계획, 그리고 유소년 선수들에게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중국 매체들은 중국과 카보베르데의 A매치 친선경기가 올해 내로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7년 아시안컵을 앞두고 아시아축구연맹 소속 우즈베키스탄, 북한 등과 친선경기를 펼칠 계획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