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프랑스와 파라과이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16강전에서 맹활약한 오를란도 힐(26·산로렌소)의 과거 스토리가 재조명받고 있다.
힐은 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서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의 릴레이 슛을 포함해 총 4개의 선방을 기록하며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뽑혔다. 팀은 후반 25분 음바페에게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헌납하며 0대1로 탈락 고배를 마셨지만, 힐의 활약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힐은 독일과의 32강전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 동안 슈팅 6개를 선방하고, 승부차기에서 카이 하베르츠(아스널)와 닉 볼테마데(뉴캐슬)의 슛을 막아내며 팀의 깜짝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통계업체 '소파스코어' 평점 9.9점이었다. 독일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는 힐의 어릴 적 우상이었다.
힐은 불과 3년 전까지 하위 리그에서 뛰는 사실상의 아마추어 선수였다. 파라과이 하부리그 클럽 산로렌소에서 활약하던 2022년 12월,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을 치러야 했다. 당시 그의 아내 멜리사 아발로스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응급 수술을 받았고, 미숙아로 태어나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던 아들 라우타로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였다. 그의 적은 월급으로는 값비싼 의료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가족은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신세였다.
힐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에 있는 옷, 신발, 훈련 장비를 팔아야 했다. 파라과이 U-20 대표팀 시절에 입은 유일한 유니폼까지 친구인 페드로 수아레스에게 단돈 33달러(약 5만원)에 팔았다.
아들의 기적적인 회복은 힐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2023년 말, 아르헨티나 명문 산로렌소로 이적해 빠르게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파라과이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이번 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됐다.
파라과이 매체에 따르면, 수년 전 힐의 U-20 대표팀 유니폼을 구입한 친구는 "나는 그 유니폼을 잘 보관해뒀다. 그에게 공짜로 돌려줄 수 있지만, 조건이 있다. 우승후보인 프랑스를 꺾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게 조건은 충족하지 못했다.
힐은 대회 중 한 인터뷰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번엔 투병 중인 조카 알렉산더를 위한 눈물이었다. "파라과이의 조별리그 통과는 병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힐의 도전은 프랑스전 패배로 아쉽게 마무리됐다. 신장 1m98인 힐은 유럽 빅리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번 월드컵이 낳은 스타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