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월드컵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골잡이다. 킬리안 음바페(28·레알 마드리드)는 4년마다 더 강해진다.
프랑스는 19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3위 결정전에서 전반에만 4골을 실점한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4대6으로 패배하며 4위로 대회를 마쳤다. 패배의 아픔에도, 음바페는 빛났다. 후반은 오로지 그의 독무대였다. 후반 3분 마이클 올리세와 역습을 통해 추격골을 터트리며 활약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후반 9분에는 브래들리 바르콜라의 득점을 도운 날카로운 패스가 돋보였다. 후반 21분 올리세의 패스를 받아 다시 한번 득점을 터트려 잉글랜드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다만 음바페의 활약에도 프랑스는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월드컵에 또 한번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음바페는 이날 멀티골로 대회 10호골 고지에 올랐다. 1970년 멕시코 대회서 10골을 넣은 게르트 뮐러(독일·당시 서독) 이후 56년 만에 월드컵에서 두 자릿수 득점자가 나왔다. 96년의 시간 동안 쌓아 올린 월드컵 역사 속, 두 자릿수 득점자는 많지 않다. 음바페 이전에는 단 3명뿐이었다. 1954년 스위스 대회의 산도르 코츠시스(헝가리·11골), 1958년 스웨덴 대회의 쥐스트 퐁텐(프랑스·13골)이 뮐러와 함께 기록의 주인공이었다. 음바페는 역사 속 주인공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음바페에게 월드컵의 의미는 남다르다. 4년마다 찾아오는 '도약'의 시간이다.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는 만 19세의 나이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초신성의 등장, 프랑스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며 새 시대를 예고했다. 2022년 카타르 대회는 '에이스'로의 성장이었다. 앙투안 그리에즈만이 중심이었던 프랑스 공격의 축이 음바페로 이동했다.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지만, 결승전 해트트릭 포함 8골을 몰아치며 월드컵 골든부트(득점왕)를 수상했다.
북중미 대회에선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대회 직전까지 월드컵 통산 12골, '브라질 전설' 펠레와 동률을 이뤘던 음바페는 10골을 추가하며 단숨에 22골까지 달아났다. 월드컵 영웅으로 꼽히는 호나우두(브라질),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까지 제쳤다. 역사에 남을 골잡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28세인 음바페의 나이를 고려하면 2030년, 혹은 2034년 월드컵 출전도 무리가 아니다. 4년이 흐를 때마다 음바페의 월드컵 득점 기록은 독보적으로 나아갈 공산이 크다.
득점으로 대회 역사에 이름을 새긴 영웅, 하지만 음바페는 기록 달성의 기쁨보다 결승 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에이스이자, 리더로서의 무게였다. 프랑스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팀을 정상으로 이끌지 못한 실망감이 앞섰다. 음바페는 "나는 팀이 승리하도록 돕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월드컵에서 많은 골을 넣는 건 특정한 부분에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솔직히 내가 월드컵 역사상 최다 득점자가 아니어도 좋으니, 그 기록을 다 바꿔서라도 내일 결승전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했다. 한껏 성숙해진 음바페의 고백, 4년 후 월드컵에선 얼마나 더 무서운 선수가 될지 기대하게 만드는 선언이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