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대학축구 '신구 사령탑' 지략 대결이 뜨겁다. 나이는 지우고, 오직 치열한 벤치 대결로 수놓는 그라운드. 팬들의 '보는' 즐거움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 태백에서 막을 내린 제62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은 말 그대로 '신구 사령탑' 지략 대결의 현장이었다. 17일 열린 백두대간기 결승전에선 1966년생 오해종 감독의 중앙대학교와 1992년생 이승준 감독이 이끄는 동명대학교가 격돌했다. 두 팀은 전후반 내내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승패는 후반 39분 갈렸다. 중앙대가 이태경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18일 펼쳐진 태백산기도 '신구 사령탑'이 격돌했다. 1967년생 서효원 울산대학교 감독과 1981년생 박규선 한남대학교 감독이 명경기를 완성했다. 두 팀은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전후반 90분 동안 무려 6골을 꽂아 넣으며 3-3으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울산대가 김광원의 결승골을 앞세워 4대3으로 승리, 창단 첫 추계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두 경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축구는 지난 몇 년 동안 1980년대생 어린 지도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 대표 주자는 박규선 감독과 1983년생 최재영 선문대학교 감독이다. 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번갈아 '4관왕'을 거머쥐며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 2023년엔 한남대, 2024년엔 선문대가 각각 4개의 우승컵을 챙겼다. 물줄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최근 '베테랑 사령탑'의 반격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엔 1975년생 박종관 감독이 이끄는 단국대학교가 4관왕을 차지했다.
올해는 우승 사령탑의 연령대가 더 높아졌다. 오해종 서효원 감독을 비롯해 1968년생 최태호 연세대학교 감독이 연달아 우승을 지휘했다. 중앙대는 지난 1월 김천에서 열린 제22회 1·2학년대학축구대회에서도 우승했다. 울산대는 제62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통영기에 이어 올해 2관왕을 달성했다. 연세대는 제62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한산대첩기에서 정상에 올랐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축구 관계자는 "대학에선 기본적으로는 선수층이 탄탄한 학교가 성적을 내기 유리한 구조다. 다만, 선수 구성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려운 시스템의 학교가 많다. 결국 감독들이 팀을 오랜 기간 지휘하며 선수 구성과 선수 성장을 잘 이뤄내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감독들의 벤치 수싸움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 '신구 사령탑' 대결은 대학축구에 시너지를 내고 있다. 서효원 감독은 젊은 지도자들과의 경쟁에 대해 "굉장히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다. 젊은 지도자가 계속 올라와야 위기감도 느낀다. 나도 더 열심히 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말 좋다고 본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박규선 감독도 선배들과의 경쟁에 대해 "나이를 떠나서 좋은 경쟁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태백에서의 열전을 마친 대학축구는 이제 합천으로 무대를 옮긴다. 다음달 제21회 1·2학년대학축구연맹전으로 경쟁을 이어간다.
태백=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