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저, 심판. 쟤가 그랬어요, 쟤가.'
'GOAT(역대 최고의 선수)'도 승부 앞에서 어쩔 수 없었던 걸까.
상대 선수의 퇴장을 유도한 아르헨티나 리빙 레전드 리오넬 메시(인터마이애미)의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메시는 20일(한국시각) 미국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결승에서 후반전 막바지 스페인 수비수 마르크 쿠쿠렐라(레알마드리드)와 격렬한 언쟁을 벌였다.
앞서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첼시)가 스페인 수비수 파우 쿠바르시(바르셀로나)를 넘어뜨려 누적경고로 퇴장을 당한 상황에서 양팀 선수들은 거친 신경전을 펼쳤다. 아르헨티나는 경고감이 아니라며 퇴장 지시에 억울함을 표했다.
쿠바르시가 쓰러진 지점에서 한발짝 떨어져서 사태를 지켜보던 메시를 향해 쿠쿠렐라가 다가왔다. 쿠쿠렐라는 왼손을 입에 갖다대는 동작을 취했다. 이를 확인한 메시는 곧바로 몸을 돌려 아르헨티나 벤치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는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메시는 쿠쿠렐라를 향해 손가락직을 하며 뒤에 있던 주심에게도 해당 사실을 알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월드컵에서 선수간 대치 상황에서 입을 막고 대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 2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벤피카의 잔루카 프레스티아니가 레알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입을 가리고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FIFA가 규정을 통해 유사 행위를 금지하는 신설 규정을 도입한 것이다.
이미 파라과이의 미구엘 알미론(애틀랜타)이 튀르키예전에서 상대 선수에게 입을 가리고 이야기를 했다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사례가 나왔다. 이를 기억하는 메시는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쿠쿠렐라의 퇴장을 유도했다. 하지만 주심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부 축구인, 전문가들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맨유 전설 웨인 루니는 메시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슬프다"라고 말했다. 그는 'BBC'를 통해 "절박하다는 건 이해한다. 아르헨티나가 원래 그런 팀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바라는 건 스포츠맨십이다. 메시마저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걸 보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 아스널 수비수 리 딕슨은 'ITV'를 통해 "그런 걸로 누군가를 퇴장시키려고 하는 건 유치한 어린애나 하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전 맨시티 골키퍼 조 하트는 메시의 '고자질'이 결국은 전력상 열세를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역대 월드컵 결승전 최초로 전후반 90분 동안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끌려다녔다. 하트는 "메시의 행동을 보면, 스페인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슈팅수는 스페인 20개, 아르헨티나 2개였다.
페르난데스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한 스페인은 연장후반 1분 페란 토레스(바르셀로나)의 결승골로 1대0 승리하며, 2010년 남아공대회 이후 16년만에 우승컵을 들었다. 반면, 2022년 카타르대회에서 대관식을 거행한 메시는 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8골 4도움을 기록 중인 메시는 골든볼과 골든부츠도 각각 스페인 미드필더 로드리(맨시티)와 프랑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레알마드리드)에게 넘겨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경기 후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듯, 추악한 면모를 과시했다.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레데스(보카주니어스)는 스페인 수비수 에릭 가르시아(바르셀로나)의 목을 조르는가 하면, 미드필더 가비(바르셀로나)를 밀어넘어뜨렸다. 아르헨티나 수비수 나우엘 몰리나(아틀레티코마드리드)는 세리머니를 하기 위해 달려가는 한 스페인 선수의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아르헨티나가 원래 그런 팀"이라는 루니의 말에는 모든 게 담겼다. 아르헨티나는 실력도 졌고, 매너에서도 졌다. '역대 최고의 선수'의 아우라에 가려진 아르헨티나 축구의 진면모가 드러났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