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6 북중미월드컵은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
이번 대회는 시작 전부터 논란의 연속이었다.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참가국을 늘린 가운데, 대회 질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극한의 수준차'를 나타내는 경기는 많지 않았다는 평가. 특히 처음으로 참가해 32강 진출 돌풍을 일으킨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의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경기 외적인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 선수단은 베이스캠프를 멕시코로 옮기고 조별리그 3경기를 미국에서 치르기 위해 당일치기 왕복을 반복해야 했다. 무더위에서 선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도입했다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사실상 TV 광고 시간을 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고, 결국 큰 호응 없이 다음 대회부터는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됐다.
FIFA가 정치화 됐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밀착 관계를 유지해 온 잔니 인판티노 회장에게 비난이 집중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을 수시로 출입한 인판티노 회장은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지난해 12월 워싱턴DC에서 진행된 조추첨식에서는 난데없이 'FIFA 평화상'을 제정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했고, 행사 끝에는 그의 선거 유세곡으로 활용됐던 YMCA를 틀어 실소를 자아냈다. 폴라린 발로건(미국)의 출전 정지 징계 유예 사건은 이런 트럼프-인판티노 밀착의 절정이었다는 평가다.
20일(한국시각)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스페인-아르헨티나 간의 결승전. 인판티노 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우승 세리머니에서도 추태를 부렸다. 선수들에게 일일이 메달을 수여한 그는 월드컵 트로피 수여 순간까지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으며 빈축을 샀다. 인판티노 회장이 옆에서 '내려가자'고 재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때와 비슷한 장면이 이어졌다.
FIFA는 그동안 축구와 정치의 철저한 분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북중미월드컵을 전후해 인판티노 회장이 보인 행보는 FIFA가 정치에 예속화 됐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대회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끊임없이 지적됐다. 유럽평의회(CoE)는 이날 결승전을 앞두고 내놓은 성명에서 "FIFA의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그 위기의 이름은 돈과 권력"이라며 "규정이 압력에 의해 흔들리면 모든 경기 결과는 의심받게 된다. 정치적 영향력이 이제 경기장 안으로까지 들어왔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3선인 인판티노 회장의 임기는 내년까지다. 북중미월드컵을 통해 역대 최고 수익을 거뒀고, 본선 참가국 확대로 신흥국 출전 기회를 늘렸다는 평가를 받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착으로 인한 비난 여론이 큰 상황이다. FIFA와 대립각을 세워 온 유럽축구연맹(UEFA)이 비난의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타 대륙 연맹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인판티노 체제의 존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