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박세리 감독 '엄마 리더십', '키즈' 박인비 116년 金 결실

기사입력 2016-08-21 01:36


박세리 여자골프팀 감독이 17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여자골프 1라운드에서 선수들의 스윙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2016.8.17/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L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를 골프에 입문시킨 주인공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골프대표팀을 이끈 박세리 감독(39)이었다.

1998년 7월 7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이었다. IMF로 대한민국이 울던 시절이었다. 박 감독은 '맨발의 투혼'을 펼치며 US여자오픈에서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박인비는 초등학생이었다. 큰 감명을 받은 그는 "세리 언니처럼 훌륭한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며 골프채를 잡았다.

박인비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골프를 즐겨 쳐 골프가 낯설지는 않았다. 박인비는 경기도 성남의 서현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골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박인비가 21일(이하 한국시각) 116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세계 최초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금메달 결실의 뒤에는 박 감독의 헌신적인 '엄마 리더십'도 있었다. 박 감독은 리우에서 박인비를 비롯해 양희영(27·PNS창호) 김세영(23·미래에셋) 전인지(22·하이트진로)를 이끌었다.

골프는 철저하게 자기와의 싸움이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이었다. 박 감독은 '조용한 내조'로 후배들의 '엄마' 역할을 했다. 사실 이들은 모두 '박세리 키즈'다. '우상'인 박 감독을 바라보면 골프 선수로 꿈을 키웠다.

박 감독은 코스 공략 등 전략 수립은 기본이었다. 양희영은 첫 날 2오버파 73타를 쳐 샷이 흔들렸다. 박 감독의 한마디가 다시 깨웠다. 양희영은 "연습장에서도 잘 안 맞았는데 박 감독님이 오셔서 다리가 좀 움직이는 것 같다고 했다. 한마디 해주셨는데 다리 잡았는데 갑자기 잘 맞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선수촌이 아닌 별도로 마련한 숙소에서는 말 그대로 '엄마'였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부대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등 손수 음식까지 하며 선수들의 입맛을 돋웠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박 감독이 직접 마켓에 가서 과일까지 직접 고른다. 선수들의 먹거리와 잠자리 등 환경이 편하게 느껴져야 경기력 발휘가 수월해진다고 생각했다. 정성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여자골프팀이 1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왼쪽부터)김세영, 박인비, 박세리감독, 양희영,전인지/2016.8.15/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J
전인지는 "사실 어제 엄마보다 감독님이 더 챙겨준다고 얘기를 했더니 감독님이 결혼을 해야 된다고 그러셔서 말을 아끼겠다"며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정말 선수도 하셨고, 감독의 위치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돌봐 주시니까 굉장히 놀랐다. 선수들을 위해서 작은 부분 하나까지 배려해 주신다"고 했다.


박인비도 더없이 아지트가 편했다. 그는 "개인전이지만 단체전처럼 같이 다니고 있고 시간도 보냈다.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고.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야기하면서 편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긴장감도 풀렸다"고 했다.

박 감독은 지난달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건 힐에서 열린 US여자오픈 골프대회 2라운드를 마치고 미국 무대 은퇴를 선언했다.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5승을 올린 그는 2007년 한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레전드'다.

박인비의 올림픽 금메달, '감독 박세리'라는 대단한 이름도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여자골프 박인비가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 퍼팅연습장에서 훈련을 하는 도중 박세리 감독과 대화를 하고 있다.2016.8.13/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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