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눈물 흘린 '감독' 박세리, 박인비의 오늘이었다

기사입력 2016-08-21 15:41


박인비가 2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경기장에서 열린 4라운드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세리 감독이 박인비를 안아주고있다.2016.8.20/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D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를 골프에 입문시킨 주인공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골프대표팀을 이끈 박세리 감독(39)이었다.

1998년 7월 7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이 열렸다. IMF로 대한민국이 울던 시절. 박세리는 '맨발의 투혼'을 펼치며 US여자오픈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박인비는 초등학생이었다. 큰 감명을 받은 그는 "세리 언니처럼 훌륭한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며 골프채를 잡았다. 박인비는 그렇게 '박세리 키즈'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박인비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골프를 즐겨 쳐 골프가 낯설지는 않았다. 박인비는 경기도 성남의 서현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골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박인비가 금메달 결실의 뒤에는 박 감독의 헌신적인 '엄마 리더십'도 있었다. 박 감독은 리우에서 박인비를 비롯해 양희영(27·PNS창호) 김세영(23·미래에셋) 전인지(22·하이트진로)를 이끌었다.


여자골프 박세리 감독이 2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골프 코스에서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을 확정하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8.20/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P
골프는 철저하게 자기와의 싸움이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이었다. 박 감독은 '조용한 내조'로 후배들의 '엄마' 역할을 했다. 사실 이들은 모두 '박세리 키즈'다. '우상'인 박 감독을 바라보면 골프 선수로 꿈을 키웠다.

전인지는 최종라운드를 마친 후 박 감독 얘기가 나오자 "너무 행복했고, 정말 고마웠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만큼 헌신적으로 후배들을 뒷바라지했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부대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등 손수 음식까지하며 선수들의 입맛을 돋웠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박 감독이 직접 마켓에 가서 과일까지 직접 고른다. 선수들의 먹거리와 잠자리 등 환경이 편하게 느껴져야 경기력 발휘가 수월해진다고 생각했다. 정성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박인비가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다. 눈가에 이슬이 맺힌 그는 박인비와 포옹한 후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박 감독은 "감동이 컸다. 후배들에게 정말 많이 고맙다. 부담이 많았지만 고맙게도 잘해줬다. 감독이란 직책을 후배들 덕분에 얻었고 감사하다. 여자대표팀을 맡은 감독으로서 최고의 순간이었다"며 "선수일 때의 기쁨과 지금의 기쁨은 정말 다르다. 너무 다르다. 선수였을 때는 개인전이다 보니 우승만 생각했지만, 이번은 그게 아니다. 그래서 더 많은 게 와 닿았다"며 울먹였다.

박 감독의 마음고생은 컸다. 그러나 내색할 순 없다. 최대한 '편한 감독'이 되려고 했다. 박 감독은 "메달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내가 더 편하게 대해줘야 했다. 그래서 재밌게 잘 보냈다. 농담도 주고받고, 서로 의지했다. 그런 힘이 컸다"고 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여자골프 마지막 4라운드가 열리고 있는 20일(현지시각) 박세리 여자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2016.8.20/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L

박 감독은 지난달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건 힐에서 열린 US여자오픈 골프대회 2라운드를 마치고 미국 무대 은퇴를 선언했다.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5승을 올린 그는 2007년 한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레전드'다.

박인비의 올림픽 금메달, '감독 박세리'란 신-구 레전드의 합작품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