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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키니(미국 텍사스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에 단골 출전선수인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코스 난도가 높아진 데 반색했다.
셰플러는 더CJ컵에 이번이 여섯번째 출전이다.
그는 17살이던 2014년 이 대회에 초청받아 출전했다. 첫 PGA 투어 대회 출전이었다.
뉴저지주에서 태어났지만 6살 때 텍사스주 댈러스로 이사와 대학까지 다녔고, 결혼해서도 줄곧 댈러스에서 살고 있다.
1944년부터 댈러스 근교 도시 골프 코스에서 치러진 이 대회는 셰플러에게 PGA 투어 선수의 꿈을 키워준 요람 같은 존재다.
그는 프로 선수가 된 이후에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네차례 이 대회에 출전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고 작년에는 아들 출산이 임박하자 결장했다.
다섯번 출전해서 2023년 공동 5위가 최고 성적인 셰플러는 "이 코스는 너무 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러프도 별로 없었고, 페어웨이도 너무 넓었다"면서 "러프를 기르고 페어웨이 일부를 좁혀 코스를 더 어렵게 만든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멀리 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을 페어웨이에 정확히 보내는 선수들에게 더 유리하도록 만든 것이 정말 좋은 변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어려워진 코스가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PGA 투어에 뛰어든 셰플러는 코스가 어려운 메이저대회에 19번 출전해 우승 두 번, 준우승 두 번 등 무려 13차례나 톱10에 들었다.
변별력 높은 코스에서 치러지는 투어 챔피언십,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메모리얼 토너먼트,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등이 셰플러의 우승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셰플러는 작년 12월 손바닥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시즌을 늦게 시작했고 올해 8차례 대회를 치르고도 아직 우승 물꼬를 트지 못해 시즌 첫 우승에 목마르다. 셰플러에게는 더 어려워진 코스는 가뭄에 단비 격이다.
셰플러는 올해 8개 대회에서 준우승 한번, 2위 한번을 비롯해 5번이나 톱10에 입상해 경기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번 더CJ컵에 출전한 유일한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는 셰플러 1명뿐이다.
상금이 적고 이 대회에 이어 시그니처 이벤트와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이 이어지기에 대부분 정상급 선수가 외면한 대회지만 셰플러는 사실상 고향에서 열리는 대회에 고향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고향 친구들과 경기하는 게 특별하기에 이 대회를 거르지 않는다.
셰플러는 "이 대회에 정말 좋은 기억들이 많다. 이 대회는 항상 나에게 정말 잘 대해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운 좋게 이곳에서 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첫 PGA 투어 대회였다. 이 대회에 좋은 추억이 많다. 돌아와서 기분 좋다. 작년에 경기하지 못해서 정말 아쉬웠다. 올해 다시 돌아와서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1, 2라운드를 함께 치르는 조던 스피스(미국)와 김시우는 마침 댈러스에서 거주하는 이웃이다.
스피스는 어릴 때부터 우상처럼 여기던 '동네 형'이었고, 김시우는 같은 골프 클럽 회원이다.
셰플러는 "조던과 몇 년 전에 이곳에서 함께 경기한 적이 있다. 같은 고향 친구인 윌리 잴러토리스와 함께 경기했던 것 같다. 정말 즐거웠다. 팬들의 응원도 대단했다. 댈러스 출신 세 명이 한 조로 함께 경기하게 돼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회원인 골프 클럽에서 많은 분이 오셔서 김시우와 나를 응원할 것이고 우리 세 명 모두를 응원하러 댈러스에서 많은 팬이 몰려올 거다. 정말 즐거울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셰플러는 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와 이 대회를 후원하는 한국 기업 CJ에 대한 존경과 애정도 밝혔다.
(댈러스 지역에 사는) 최경주는 한국 골프를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했다"고 말문을 뗀 셰플러는 "지금 PGA 투어에는 많은 한국 선수가 있고, 또 잘하는 선수들도 많다. 프레지던츠컵에서 한국 선수들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김시우한테는 두 번이나 졌다. 한국 선수들이 이런 활약을 펼치는 게 보기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골프는 점점 세계적인 스포츠가 돼가고 있고, CJ가 이곳에 와서 이 대회를 후원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이 대회는 바이런 넬슨 씨의 대회이고 내 고향에서 열리기 때문에 나에게 정말 의미가 크다. CJ가 이곳에 와서 댈러스 지역의 대회를 후원하고 싶어 하는 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투어에 이렇게 많은 한국 선수가 있는 건 보기 좋고, 앞으로 골프가 계속해서 더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며 더욱 치열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khoo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