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에 사는 조모씨(25). 지난 3월 2일 오후 5시쯤 무심코 소양호에 들어갔다가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따뜻한 봄 햇살에 얼었던 호수가 녹았지만 며칠 동안 이어진 꽃샘추위에 방심했던 것. 다행히 봄나들이를 온 관광객들의 신고로 119구조대가 출동했고 조 씨는 사고가 난지 30분 만에 헬기로 구조됐다. 조씨는 곧바로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후송됐지만 심장은 정지된 상태였다. 다행히 90분가량 이어진 심폐소생술과 원활한 혈액공급을 위해 인공 폐, 인공심장으로 불리는 체외막산소화장치 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를 가동했다. 그로부터 한 달 여가 지난 현재, 그는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을 만큼 회복된 상태다.
그를 살린 저체온요법은 심장박동이 멈췄다가 되돌아온 환자의 체온을 일정 수준으로 떨어뜨려 뇌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분비를 차단으로써 뇌사와 같은 더 큰 피해를 막는 요법이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 서정열 교수는 "조 씨가 구조되기까지 30분 정도 차가운 물에 빠져 있었던 덕분에 체온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저체온요법이 이루어졌다"며 "저체온 요법이 뇌손상을 줄이는 기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혈액-뇌장벽을 보호하고 ATP를 보전하며 미세혈류 개선, 뇌압 감소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저체온요법은 저체온 유도기와 유지기, 회복기로 나누어 시행한다.
유도기는 목표 체온인 32~34℃로 떨어뜨리는 단계다. 유지기는 체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시기로 심정지 후 회복한 환자는 체온이 정상보다 낮은 특성이 있어 일반인에 비해 체온을 하강시키는 것이 용이하다. 그러나 유도 과정에서 오한이 생길 수 있어 근시경차단제를 투여한다.
유도기와 유지기 다음은 회복기를 거친다. 체온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코스다. 이때 유의할 것은 시간당 0.25~0.5℃의 속도로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과도하게 체온이 오르면 그에 따른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체온을 30℃ 이하가 되지 않게 하는 것도 관건이다. 정상 체온과 1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간혹 체온을 32~34℃로 유지하는 동안 오한과 말초혈관 저항의 증가로 후부하가 높아질 수 있다. 이뇨현상으로 인한 체액량 감소와 저인산혈증, 저칼륨혈증, 저칼슘혈증, 저마그네슘혈증과 같은 전해질 이상도 생길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 서정열 교수는 "심정지를 경험한 환자 100명 중 심장이 소생하는 이는 5명 정도고 그중에서도 뇌손상을 입지 않는 경우는 1명에 불과하다"며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에게서 뇌사를 막는 유일한 치료법이 바로 저체온요법"이라고 말했다.
심장의 기능을 대신하는 에크모도 생존의 필수조건
조씨가 기적과도 같이 회생해 건강을 찾을 수 있었던 데는 체외막산소화장치, 즉 ECMO의 영향도 컸다. 에크모는 급성심부전이나 급성호흡부전으로 심폐기능이 어려워져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에게 심장과 폐 기능을 지원해주는 의료장치다. 혈액을 외부로 빼내 순환시키면서 이산화탄소는 배출시키고 산소는 공급해 장기와 조직이 원활하게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인공 심장' 또는 '인공 폐'로 불린다.
또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관상동맥혈관을 넓히거나 항생제를 사용해 심장마비, 급성호흡기능부전을 일으킨 원인을 찾음으로써 환자의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의료진 역시 심장이 멈춘 조 씨에게 에크모 장치를 부착해 심장 기능을 유지한 채 저체온요법으로 뇌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흉부외과 김형수 교수는 "에크모는 심정지와 급성호흡부전과 같은 증상이 있는 환자 10명 중 3명을 생존시킬 만큼 유용한 의료장비"라며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은 응급의학과와 호흡기내과, 순환기내과 등 관련 진료과 의료진이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환자 도착 시 곧바로 에크모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