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도 예외가 아니다. 경주마들도 몸값을 천정부지로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다. 매년 4월부터 7월까지 렛츠런파크 서울-부경을 오가며 열리는 KRA컵 마일(GIII·4월·1600M·총상금 5억원), 코리안더비(GI·5월·1800M·7억원),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II·7월, 2000M·5억)의 3개 대회가 바로 그 무대다. 이 3개 대회를 합쳐 삼관경주 또는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으로 부른다. 3개 대회 총상금만 1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3개 대상경주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경주마는 최우수 3세마에 등극해 7억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마필은 4세까지만 경주에 출전할 수 있고 5세부터는 종마(種馬)로 변신해 귀하신 몸이 된다.
오는 5일 렛츠런파크 부경 제5경주로 예정된 삼관경주의 첫 번째 무대, 제11회 KRA 컵 마일(GⅡ) 대상경주(국산3세·1600M·총상금 5억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국산 3세마를 대상으로 수말 57㎏, 암말 55㎏의 성별 차등 부담중량이 주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암말이 없는 관계로 출전마 모두 57㎏의 동일 부담중량을 짊어지게 됐다. 부경 9두, 서울 2두 등 총 11두가 출전한다. 서울에선 지난달 스포츠서울배 우승, 준우승을 차지한 '매니머니'와 '스마트타임'의 출전이 예상됐으나,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이번 경주는 지난해 브리더스컵에서 1, 2위를 차지한 '돌아온현표(부경·조교사 권승주)'와 '라팔(부경·조교사 김재섭)'의 2파전으로 압축된다. '돌아온현표'는 직전 2군 승군전을 맞아 1600M에 대한 거리 검증도 확실히 마쳤다. 질주 스타일은 선행과 선입을 오가는 만능 경주마다. 직전 우승 이후 3개월 가량의 공백이 있다는 점이 걸린다. 현장에서의 체중 변동을 꼼꼼히 체크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라팔'은 아직 1600M 경험이 없으나, 1800M 경주에서 7마신 차 낙승을 거둔 바 있어 거리 약점은 없을 전망이다. 직전 1900M 경주서 의외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바 있으나 그간의 경력을 돌아보면 선입 강단마로서의 진가는 여전히 기대되고 있다.
'맥앤치즈(부경·조교사 김재섭)'와 2억대 경주마 '영천에이스(부경·조교사 백광열)'가 도전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맥앤치즈'는 최근 4연승과 함께 '돌아온현표'와 함께 가장 높은 레이팅92의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경매에서 2억2100만원에 낙찰된 '영천에이스'는 통산 7전 3승, 2위 3회의 안정된 기량을 발휘 중이다. 첫 대상 경주로 검증대에 오른다. 이밖에 1800M(1:58.6)까지 거리 검증을 마친 '영광의태풍'과 추입력이 뛰어난 '서미트명운'도 눈여겨 볼 만하다.
조교사 간 지략싸움도 볼 만하다. 백광열 김영관 김재섭 등 부경 조교사 3인방이 이번 KRA컵 마일에 각각 2두씩 동반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