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당신, 번아웃 증후군 조심하세요

기사입력 2016-06-14 17:47



손흥민의 레버쿠젠 시절 은사인 샤샤 레반도프스키가 최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레반도프스키가 지난 3월 독일 2부리그 우니온 베를린 감독직 자진사퇴 이유로 밝혔던 '번아웃 증후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번아웃(Burnout)은 '에너지를 소진하다'는 뜻으로, 번아웃 증후군은 고강도 업무 후 신체·정신적 피로, 직무거부, 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목표치가 높아 한가지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거나 적극적인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김정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는 환자는 대부분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이들은 성격상 도움 요청도 못하고, 거절도 못하기 때문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직장인 뿐 아니라 가정주부, 수험생 등에게서도 나타난다. 레반도프스키처럼 매게임 승부와 시즌 성적에 매달려야 하는 스포츠 감독이나 선수들도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국에서는 이른 나이에 프로무대에 뛰어든 프로축구 선수들에게서 '조로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번아웃 증후군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최근 최연소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박인비가 부진하자, 일각에서는 번아웃 증후군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가수 이은미도 "무대만 생각하고 살다가 번아웃 증후군이 와서 4년간 잠적했다"며 "모든 게 다 타버리고 껍질만 남은 것처럼 느껴지는 병"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질병에 속하진 않지만, 의학적으로는 코르티솔 호르몬(스트레스에 대항해 신체를 방어하는 호르몬) 고갈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이 생기면 피로 증세와 더불어 기억력·면역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정서적으로는 의욕이 저하되고, 성취감이 안 느껴지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며,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담배·술이 늘고 심각한 무기력증과 불면증 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데, 그대로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극단적으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번아웃 증후군은 심리적 원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원인이 불분명한 '만성피로 증후군'과는 구분된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의학적 기능저하'가 아닌 회복 불가능한 심한 피로가 6개월 이상 이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번아웃 증후군 예방을 위해선 '업무와 관련 없는 활동'을 통해 심리적 공백이나 불안정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프로야구 감독은 야구, 수험생은 공부 등 단 한가지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번아웃 증후군 극복을 위해서는 운동 등 취미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배우자나 회사 내 멘토와 자주 대화하는 것이 좋다. 흔히 무기력증 해소를 위해 커피를 찾지만,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예민하게 해 피로와 만성 탈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가벼운 소설·잡지를 읽거나 부서 이동 등 환경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또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불면증 등이 지속되면 병원의 스트레스 클리닉이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한다. 김 교수는 "업무 집중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불안이 심해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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