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시대다. 무조건 '길게'가 아니라, '건강하고 활력있게' 장수하기 위한 관심이 크다. 이런 트렌드 속에서, 최근 신장 기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신장이 전신 건강의 다양한 부분을 조율하기 때문이다. 신장이 건강해야 일생이 건강하고, 거꾸로 신장에 탈이 나면 여파는 전신에 미친다. 신장 기능이 약해지면 성욕감퇴와 성기능 저하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런데 신장은 70%가 손상됐다고 해도 느껴지는 증상이 거의 없어서, 몸의 부기나 소변 문제로 병원에 가면 이미 기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인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 몸의 '키 플레이어'인 신장의 역할과, 신장을 건강하게 지키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여과기 역할 : 전신 건강과 신체능력 강화의 주인공 자리를 '심장'이 오랫동안 차지해 왔다면, 요즘은 '신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심장-신장'은 야구의 '투수·포수'처럼 건강과 활력의 배터리를 이룬다. 심장이라는 엔진이 온 몸 구석구석까지 힘차게 혈액을 보내서 영양을 공급하면, 신장은 혈액이 전신에서 걷어온 노폐물을 받아 걸러내고 심장행 혈관으로 되돌려 보낸다. 이를 위해 전체 심박출량의 20~25%는 신장으로 유입된다. 이 과정에서 노폐물이 깨끗하게 걸러지지 않으면 식욕 저하, 구토, 탈모, 가려움증 등 '요독 증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정수기 기능 외에, 신장이 '건강의 숨은 주인공'으로 주목받는 여러 이유가 있다.
-숨은 기능 : 신장은 전신 건강의 '키 플레이어'다. 포수가 투수의 공만 받는 것이 아니라 경기 전체를 지휘하듯, 신장이 건드리지 않는 건강 기능은 없다. 체내 수분량과 전해질, 산성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상성 유지 기능', 혈압을 유지하는 '순환기 기능', 적혈구 생성을 도와 빈혈을 교정하고, 비타민D를 생성해 칼슘 흡수를 돕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등의 '내분비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이 뿐 아니다. 신장 기능이 약해지면 저혈당이 더 쉽게 발생하며, 만성신부전증이 있으면 성욕 감퇴와 성기능 저하가 이어진다. 정병하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노폐물 배설이 잘 안돼 요독증상이 나타나고, 호르몬 분비가 잘 안되면서 남녀 모두 성기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생리불순과 조기유산, 남성은 발기부전과 정자 활동성 저하 등 불임 비율도 높아진다. 결국, 신장 건강을 외면하고서는 중장년층을 넘어서까지 '소리없는 암살자'인 고혈압 걱정 없이, 튼튼한 골격으로 스포츠를 즐기고, 활발한 성생활을 유지하면서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신장 능력 최대화는 이렇게
-노화 관리가 관건 : 신장은 나이들면서도 잘 관리해 젊을 때의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능력 최대화의 핵심이다. 일시적인 고소득보다 평생 총소득 증대가 장수 시대 재테크의 기본인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신장 기능은 80세가 되면 30대 때보다 25~30% 정도 기능이 저하된다. 특히 40대에 들어서면서 기능이 뚜렷이 저하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중년 이후에는 신장 관리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을 꼼꼼히 지켜야 한다. 주기적 건강검진을 통해 단백뇨나 혈뇨 등의 수치를 잘 체크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혈압·당뇨병 예방 : 신장 건강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혈압이나 당뇨 등 신장 질환의 원인이 되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특히 당뇨는 투석환자의 원인 질환 중 절반을 차지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신장질환과 악영향을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무한 반복한다. 고혈압이 오면 사구체 모세혈관이 압박을 받아 손상되고, 당뇨병이 있으면 끈적끈적해진 피가 모세혈관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그러면 신장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 고혈압과 당뇨병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금연, 콜레스테롤 관리, 혈당 관리 등이 신장에도 직간접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운동 : 이러한 성인병 예방을 위해 신장 전문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규칙적인 운동'이다. 1주일에 3일 이상, 30분~1시간씩 운동하면 당뇨병 및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줄어들면서 그로 인한 신장 손상 위험도 함께 감소한다. 자전거 타기, 가벼운 걷기나 등산 등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을 할 경우 혈압이 올라갈 수 있어 삼가야 하고, 근력운동도 지방산화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권하지는 않는다.
-체중조절 : 비만 또한 신장 건강에 치명적이다. 지방이 신장 주변에 지방이 쌓이면서 신장을 직접 눌러 사구체 비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면 신장의 모양이 변하고 신장으로 유입되는 혈액량이 감소해 단백뇨가 생기게 된다. 단, 전문의들은 '무작정 감량'을 권하지는 않는다. 류동열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지나친 저체중도 문제"라면서, "잘못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그 과정에서 신장이 손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도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시도하면 안 된다.
'건강한 신장'을 위한 9대 생활 수칙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고 규칙적 운동을 하면서 지나치게 몸을 혹사시키지 않는 것이 신장 건강을 지키기 위한 기본이다. 그러나 50대 이상으로 비만, 고혈압, 당뇨가 있다면 각별히 신장 건강을 위해 더 신경써야 한다. 특히 건강검진에서 조금이라도 신장의 이상이 발견됐다면 철저한 생활습관 관리를 해야 한다. 대한신장학회 등에서 권장하는 생활 수칙은 다음과 같다.
1. 음식은 싱겁게 먹고 단백질 섭취는 가급적 줄인다.
2. 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의 지나친 섭취를 피한다.
3. 콩팥의 상태에 따라 수분을 적절히 섭취한다.
4.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인다.
5.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6. 주 3일 이상 30분~1시간 정도 적절한 운동을 한다.
7. 고혈압과 당뇨병을 꾸준히 치료한다.
8. 정기적으로 소변 단백뇨와 혈액 검사를 한다.
9. 꼭 필요한 약을 콩팥 기능에 맞게 복용한다.
<자료=대한신장학회·질병관리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