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도 강도높은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은행권에서 1년 새 4000명 넘는 감원이 이루어진 가운데, 대규모 지점 폐쇄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씨티은행이 상반기에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은 올해 초 희망퇴직으로 2795명이 사직한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 6월 말 현재 2270명이 줄어 감원 규모가 가장 컸다. 국민은행은 일손 공백을 메우려고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거 채용해, 지난해 6월 말 535명이던 기간제 근로자가 올 6월 말 1241명으로 706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측은 늘어난 기간제 근로자가 주로 파트타이머나 내부통제 담당자로, 이른바 '경력 단절 여성'이 유연 근무를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밝혔지만, 비정규직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비춰보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KEB하나은행도 지난 1년 사이 정규직 1231명을 포함해 1271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에서는 지난해 말 준정년 특별퇴직(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제도)으로 740명이 퇴사하고, 올해 1월에도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상당수 인원이 빠져나갔다.
은행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씨티은행원들은 올해 상반기 6개월간 평균 4900만원을 수령해 은행권 '연봉킹'에 올랐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도 상반기에 총 10억8100만원의 보수를 받아 은행권 1위를 기록했는데, 씨티은행 직원들도 평균 급여에서 은행권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 행장이 올해 상반기에 수령한 보수 10억8100만 원 중 급여는 2억4000만 원, 상여금은 8억4100만 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 회장·은행장의 평균 연봉 5억8000만 원의 두 배 가까이 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여기에 이연된 현금보상 4억7000만 원과 주식 보상 6973주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이를 모두 합하면 20억 원이 훌쩍 넘는다. 특히 박 행장의 급여는 윤종규 KB금융 회장(4억 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3억9000만원), 이광구 우리은행장(3억2500만원) 등 대부분 CEO보다 적었지만, 상여금이 은행권에서 가장 많았다. 박 행장의 상여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억8200만원 늘었다.
다만 씨티은행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남성은 6100만원, 여성은 39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000만원)와 비교하면 2.0% 줄었다. 씨티은행은 오는 10월까지 전국 지점 126개 가운데 90개를 폐점할 계획으로, 지점 폐쇄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신한은행이 평균 4800만원(남성 5900만원, 여성 3400만원)으로 씨티은행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우리은행은 4500만원(남성 5600만원, 여성 3600만원)으로 3위였다. 근속연수 평균 16.8년으로 은행권 최장기간을 기록한 우리은행은 보수가 지난해 상반기 3900만원보다 15.4%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올해 특별 격려금을 받은 덕분이다. 반면 기업은행은 3300만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적은 보수를 기록했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신한금융지주 직원이 가장 많은 평균 6000만원을 받았고 KB금융지주가 5800만원으로 2위였다.
한편, 사내 업무를 외부로 돌리면서 인원 감소가 나타났던 카드업계에서는 반기보고서를 공개한 7개사 중 삼성카드(-192명), 현대카드(-102명), 신한카드(-114명) 등 주로 상위사가 인원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 보수는 신한카드가 5500만원(남성 6400만원, 여성 44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카드가 4700만원(남성 5800만원, 여성 3600만원)으로 2위였다. 우리카드는 올해 상반기에만 평균 4500만원을 받아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평균 근속연수는 삼성카드가 11.9년으로 가장 길었고 현대카드는 5.27년에 불과했다..
구조조정 관련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간에 온도 차가 있었던 보험업권에서는 코리안리재보험의 보수가 업계 1위로 나타났다.
반기보고서를 공개한 손해보험사 9개사 중 인원이 줄어든 곳은 삼성화재,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등 3개사에 그친 반면, 생명보험사는 7개사 중 한화생명(23명)과 동양생명(7명)을 제외한 나머지 5개사가 인원이 감소했다. 업계 보수 1위를 차지한 코리안리재보험의 상반기 평균 급여는 5100만원(남성 5600만원, 여성 4200만원)이었고, ING생명이 4800만원으로 2위 메리츠화재가 44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32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3800만원으로 18.8%가 올라 평균 급여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